중국 정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체제를 굳힌 집권 3기를 출범하면서 중국 증시에 투자한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낸 상황에서 악재가 추가됐다는 분위기다.
공포에 휩싸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차이나’ 행렬이 이어지면서 중국 증시의 하반기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동부유‘를 제시한 시 주석의 빅테크 압박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과 중국간 기술패권 대립이 격화될 거란 전망에서다.
하반기 들어 중학개미들이 중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세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3184만 달러(약 457억 원) 어치 사들였으나, 평균 -24.76% 하락하면서 타격이 극심했다.
하반기 들어 상해종합지수가 -18.3%, 심천종합지수가 -13.1%, 홍콩항셍지수는 -30.5%의 등락률을 나타낸 것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컸다.
국내 투자자들이 하반기 들어 중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인 ‘HUATAI-PB CSI 300 ETF(857만 달러)’는 11.3% 하락했다. 해당 상장지수펀드(ETF)는 상하이 증권 거래소와 심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주식 300 종목 지수(중국 CSI 300)를 추종한다.
같은 기간 순매수 2위로 리튬 제품의 연구와 제조에 주력하는 ‘TIANQI LITHIUM CORP-A(천제리튬·648만 달러)’은 -25.3% 하락하면서 타격이 컸다.
순매수 3위인 GANFENG LITHIUM CO LTD-A(강봉리튬·315만 달러)와 4위인 YUNNAN ENERGY NEW MATERIAL CO LTD-A(창신신소재·255만 달러)는 각각 -47.8%, -37.7%의 등락률을 나타내면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순매수 7위인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TD-A(닝더스다이)와 8위인 BYD CO LTD-A(비야디)가 각각 -24.3%, -23.4% 내렸고, SHANGHAI PUTAILAI NEW ENERGY TECHNOLOGY-A(상해 박태래 신능원과기)와 SHENZHEN DYNANONIC CO LTD-A(덕방납미)도 -36.9%, -30.3% 내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ETF 중 하락률 상위 10개 중 8개가 중국 관련 ETF로 파악된다. 8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36.4%다. 중국 관련 ETF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강세를 나타냈으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힌 모습이다.
국내 ETF 시장에서 하반기 하락률 1위 종목은 홍콩H지수(Hang Seng China H)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가 차지했다. 하락률은 -55.24%를 기록, 4개월여 만에 주가가 반토막났다.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가 하락률 3위(-34.35%)를 차지했다. 해당 종목은 중국본토 주식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를 2배 추종한다.
하락률 4위는 KBSTAR 차이나항셍테크(-34.16%)로 집계됐다. 항셍테크지수(Hang Seng TECH Index)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테크 곤련 기업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ACE 차이나항셍테크(-33.97%), KODEX 차이나항셍테크(-33.79%), TIGER 차이나항셍테크(-33.77%) 등의 성적도 부진했다.
‘시진핑 독주체제’가 출범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외인은 중국의 20기 지도부가 공개된 20차 당대회 폐막 후 중국 증시에서 하루동안 179억위안(약 3조54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2014년 선강퉁과 후강통의 교차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외인은 지난달 112억위안을 순매도 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50억위안 가량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중국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시진핑으로의 과도한 권력 쏠림을 경계하고 있다”며 “신지도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본토, 홍콩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신 지도부인 상무위원이 모두 시자쥔(시진핑의 옛 부하)으로 채워지는 등 사실상 시진핑 1인 통치체제 현실화에 대한 공포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공동부유(중국 특색사회주의)’ 강화로 빅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 경제의 사회주의 경제 노선 강화에 따른 저성장 리스크와 미-중 갈등도 격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봉쇄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 경기가 녹록지 않고 당분간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며 “위험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