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회원들의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문서 탁상자문’을 금지한 행위는 용역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서 탁상자문이란 감정평가사가 현장 조사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추정가액을 예측해 문서상으로 금융기관에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뜻한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감정평가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감정평가사협회는 2012년 5월 이사회에서 감정평가법인 또는 감정평가사들의 감정평가 의뢰인에 대한 문서 탁상자문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구두 탁상자문 형태로 예상가액의 30% 범위에서 추정가격을 제공하는 일만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모든 회원들(감정평가법인 또는 감정평가사)에게 이를 통보했다.
공정위는 2019년 10월 감평사협회의 이 같은 탁상자문 금지를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경쟁 제한’으로 간주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이에 협회가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탁상자문 시장의 용역 중 문서 탁상자문이란 특정 방식이나 종류의 용역 거래만 제한하는 것이라 볼 여지가 있을 뿐, 탁상자문 시장의 용역 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용역 거래 제한’ 행위를 금지하는데, 탁상자문 가운데 문서 탁상자문만 제한한 것을 두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까지 해석할 수 없다는 게 2심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용역 거래 제한 행위에 해당하려면 거래를 일부 또는 전부 제한하는 행위면 족하고, 대체 가능한 용역이 존재하는지 고려해 규정을 적용할지 가릴 것은 아니다”라며 원심 결과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는 구성 사업자들의 문서 탁상자문 제공을 금지하는 행위”라며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해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