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USA’, 실현 어려운 이유는…리쇼어링 곳곳 난관

입력 2022-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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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리쇼어링 집중
비용 부담, 실적 문제, 기업가치 평가 등 발목
“리쇼어링 위해선 사업모델 개발하고 사업 의식 개선돼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정권 들어 미국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단연 자국 중심의 제조업 부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여 동안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자 미국 내 제조업 활성을 위해 해외로 나가 있는 기업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일명 리쇼어링이다.

리쇼어링은 전 정권 시절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던 용어다. 다만 최근 들어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리쇼어링 지원단체인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미국 기업 약 1800곳이 올해 사업 일부를 본국으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들어 8월까지 기업 실적발표 자리에서 리쇼어링은 총 106번 언급됐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6번에서 급증한 것이다.

▲캐나다 오샤와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노동자가 차를 조립하고 있다. 오샤와(캐나다)/AP뉴시스
하지만 현시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한다. 이유는 뭘까.

우선은 비용 회수에 있다. 전기차나 백신, 반도체, 재생에너지와 같이 정부가 지원금을 주며 밀어주고 있는 산업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혜택에서 제외된 다수의 산업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인프라 재구축 부담으로 인해 리쇼어링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미국에 돌아가도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개인용 방호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미국에선 N95형 마스크의 국내 생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저가 마스크가 쏟아져 나오자 소비자들은 시선을 돌렸고 미국 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WSJ는 “기업들의 불운은 정리해고와 재정 압박을 초래했다”며 “우리가 국내 공급사를 원한다고 말하는 건 좋지만, 현실은 소비자들이 가장 저렴한 공급사를 선택하면서 미국 제조사들의 비용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부터 리쇼어링에 긍정적인 미국 제조업체 CEO와 임원 비율 92%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제조업체 중 미국으로 복귀했거나 3년 내 복귀 계획 있는 비율 79% /현재와 유사한 움직임을 모색 중인 비율 15%.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비용 부담과 비슷한 맥락에서 실적 우려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월스트리트에선 자산 보유량을 억제하고 재무구조를 단순화하는 사업 모델이 기업들에 유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기업가치 평가 기준 역시 자산에 집중된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이미 해외에 있는 공장과 기계, 인프라 등 고정자산을 굳이 본국으로 갖고 들어가는 것에 소극적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서 발명된 것이지만, 많은 기업은 직접회로(IC) 설계에만 주력하고 반도체 제조는 대만 등 해외 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결국, 리쇼어링을 위해선 자산 경량형 사업 모델을 추구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고 기업가치 평가에 공급망 위험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WSJ는 “리쇼어링 사례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기업이 리쇼어링 기반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면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국 고객과 가까운 곳에 생산 거점을 둠으로써 수요 변동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공장 자동화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인건비를 줄이고 주문부터 배송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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