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 실적 문제, 기업가치 평가 등 발목
“리쇼어링 위해선 사업모델 개발하고 사업 의식 개선돼야”
리쇼어링은 전 정권 시절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던 용어다. 다만 최근 들어 리쇼어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급증하고 있다.
리쇼어링 지원단체인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미국 기업 약 1800곳이 올해 사업 일부를 본국으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들어 8월까지 기업 실적발표 자리에서 리쇼어링은 총 106번 언급됐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6번에서 급증한 것이다.
우선은 비용 회수에 있다. 전기차나 백신, 반도체, 재생에너지와 같이 정부가 지원금을 주며 밀어주고 있는 산업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혜택에서 제외된 다수의 산업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인프라 재구축 부담으로 인해 리쇼어링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미국에 돌아가도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개인용 방호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미국에선 N95형 마스크의 국내 생산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저가 마스크가 쏟아져 나오자 소비자들은 시선을 돌렸고 미국 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WSJ는 “기업들의 불운은 정리해고와 재정 압박을 초래했다”며 “우리가 국내 공급사를 원한다고 말하는 건 좋지만, 현실은 소비자들이 가장 저렴한 공급사를 선택하면서 미국 제조사들의 비용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서 발명된 것이지만, 많은 기업은 직접회로(IC) 설계에만 주력하고 반도체 제조는 대만 등 해외 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결국, 리쇼어링을 위해선 자산 경량형 사업 모델을 추구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고 기업가치 평가에 공급망 위험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WSJ는 “리쇼어링 사례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기업이 리쇼어링 기반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면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국 고객과 가까운 곳에 생산 거점을 둠으로써 수요 변동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공장 자동화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인건비를 줄이고 주문부터 배송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