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비 6.0km, 실 주행 거리 500km
안정적이지만 날렵한 주행 질감 인상적
주행 보조 기능, 안전·편의 기능도 풍부
아우디·전기차 동시에 원한다면 정답지
아우디는 지난 9월 브랜드 최초의 콤팩트 세그먼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4 e-트론, Q4 스포트백 e-트론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그간 아우디는 RS e-트론 GT, e-트론 등 보다 프리미엄에 가까운 전기차를 선보였다. 많은 사람이 아우디의 전기차 기술을 경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의 모델들이다. 그러나 Q4 e-트론, Q4 스포트백 e-트론이 비교적 대중성을 갖춰 출시된 만큼, 아우디가 만드는 전기차를 경험하기에 두 모델은 가장 적합하다.
아우디 전동화 과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 두 가지 모델을 제주 일대에서 직접 시승했다.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의 외관은 전형적인 SUV다. 전기차임을 강조하듯 널찍한 전면 그릴에는 아우디의 로고가 선명하다.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디지털 라이트 시그니쳐’ 기능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라이트 디자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측면부는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듯 매끄러운 곡선을 자랑한다. 두 모델의 외관은 95% 이상 같지만 Q4 스포트백 e-트론의 뒷라인이 Q4 e-트론보다 날렵하게 깎여있어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낸다. 제원상 두 모델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590mm, 1865mm로 같다. 전고는 Q4 e-트론이 1640mm, Q4 스포트백 e-트론이 1620mm로 조금 다르다.
실내 디자인은 아우디답게 깔끔하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을 향해 살짝 틀어져 있어 운전자가 좀 더 보기 편하도록 설계됐다. Q4 e-트론에는 아래쪽이 살짝 깎인 D컷 스티어링 휠이, Q4 스포트백 e-트론에는 상·하단이 잘려나간 육각형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서는 주행 가능 거리, 전비, 속도 등이 직관적으로 표시돼 정보를 확인하기 편리했다. 차량 조작을 위한 버튼이 대부분 물리 버튼으로 구성된 점도 개인적으로는 더욱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두 모델 모두 아우디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2760mm에 이르는 휠베이스 길이를 자랑하는 만큼 실내 공간도 충분했다. 2열 공간에 앉아도 헤드룸, 앞좌석과의 거리가 부족하지 않았다.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 모두 제원상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1.6kg.m의 구동 성능을 갖췄다. 200마력을 겨우 넘기는 수준의 마력으로 출력에 의문을 가질 수 있겠으나 실제 주행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두 모델의 주행 질감은 사실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을 때 속도가 부드럽게 올라가는 점이 인상적이다.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게 점진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반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형적인 전기차처럼 시속 100km 이상으로 쏜살같이 치고 나간다. 빠르게 속도를 낼 때는 몸이 가볍게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등 일상적인 수준의 펀드라이빙도 가능했다. 안정적이지만 스포티함을 갖춘 SUV의 주행 질감이었다.
회생제동은 핸들 뒤쪽의 패들시프트를 통해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가장 낮은 회생제동 단계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상당히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었다. 다만 디자인적으로 ‘-’ 표시가 된 왼쪽 패들시프트가 회생제동 강도를 높이는 점은 다소 헷갈렸다. 심지어 계기판에서는 배터리 충전량 이미지로 회생제동 강도가 표시되는데, ‘-’ 표시인 패들시프트를 누르면 충전량이 올라가도록 표현돼 어색했다.
주행 보조 기능, 편의 기능은 충분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는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 아래에 있는 레버로 속도, 차간 거리까지 조절할 수 있다. 적당한 속도 조절, 차간 거리 인식이 뛰어나 직선 도로에서 피로감을 덜었다. 다만 차선 유지를 위한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는 차선에 바짝 붙는 느낌이 들어 곡선 구간에서 온전히 차를 맡기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차간 거리 유지, 레인 어시스트가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연동되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HUD를 통해 앞에서 주행 중인 차에 직선을 그어놓고 차간 거리를 볼 수 있어 ‘차량이 앞차를 계속 인식하고 있다’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레인 어시스트는 도로 상황에 맞춰 HUD에 주로 곡선으로 표시되는데, 차선에 가까워지면 차선 그림이 빨갛게 변하며 운전자에 주의를 줬다. 이밖에 회전하는 방향, 출구 방향 등을 AR HUD에 화살표를 통해 표시하는 기능도 매우 편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비였다.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은 복합기준 각각 4.3km/kWh, 4.1km/kWh를 인증받았다. 그러나 총 200여km를 직접 주행하고 난 뒤 표시된 전비는 두 모델 모두 6.0km/kWh 수준으로, 표준 전비보다 약 1.5배 효율이 뛰어났다. 전비가 가장 떨어지는 주행 구간은 제주 산지를 달리는 구간으로, 당시 전비가 3.7km/kWh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준 전비가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된 듯했다.
전비가 이처럼 높게 나오면서 제원상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인 360여km 역시 대폭 늘어난다. 두 모델의 배터리 용량이 82kWh인 점을 고려하면 약 500여km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비, 주행거리 측면에서는 확실히 제원보다 뛰어난 효율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은 아우디의 출시 의도인 ‘프리미엄 전기차의 대중화’를 가장 적절하게 구현해낸 모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의 전기차 디자인과 성능을 가져가면서도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와 달리 비교적 접근성 있는 가격대인 점은 큰 장점이다. 전기차, 아우디의 감성 모두를 바란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답은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