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렌즈] 이더리움 스테이킹 보상 증가…MEV를 알아야 이해한다

입력 2022-10-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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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업비트가 이더리움 스테이킹 참여자들에게 이달 21일부터 추가 보상을 주기 시작했다. 머지(Merge·병합) 업데이트 이후 스테이킹의 실질 보상률이 늘어난 것인데, 과거 채굴자들이 받는 수수료를 스테이커들이 받게 되면서다. 추가 보상의 정식명칭은 ‘MEV’(Maximal Extractable Value·최대 추출 가치)로 최근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업비트 스테이킹 추가 보상 지급 개시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하는 사용자들은 매주 스테이킹한 양에 비례해 이더(ETH)를 보상받기 시작했다.

스테이킹에 1이더를 예치하면 0.00005937~0.00009049이더(ETH) 전후로 추가 보상이 들어온다. 이 수치는 한 주간 네트워크 수수료 발생량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스테이킹 보상과 다른 점은 묶이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업비트 설명에 따르면 MEV는 트랜잭션의 순서를 추가나 제외, 재정렬함으로써 채굴자 또는 검증인이 블록 보상 및 거래 수수료 외 블록 생산에서 획득할 수 있는 최대 가치를 의미한다.

쉽게 얘기해 채굴자(스테이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트랜잭션(전송·거래)을 우선 처리해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행위다. 업데이트 전인 작업증명(POW) 방식에선 채굴자 추출 가치(Miner Extractable Value)였지만, 지분증명(POS)으로 전환 이후 지금의 용어로 변경됐다.

MEV는 경매 방식을 취하는 수수료 체계에서 필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더리움에서 유독 MEV가 많이 생기는 이유

MEV는 어떤 블록체인에서나 수수료를 더 내고서라도 빠른 전송을 원하는 사용자가 있다면 나올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수수료 경매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에게 전송(거래) 우선권을 준다.

그런데 유독 이더리움에서 빈도가 높은 것은 복잡한 기능을 내포한 ‘스마트 컨트랙트’(자동 이행 계약)와 가장 활성화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때문이다.

비트코인에서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는 사용자가 수수료를 높이더라도 빠른 전송이 필요한 경우다. 예컨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선물거래나 마진거래 사용자가 가격 급등이나 급락에 따른 증거금 부족이 일어나면, 청산을 막기 위해 빠르게 코인을 채워 넣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강제 청산의 위험이 있기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서라도 전송을 성공시켜야 한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재정거래(차익거래)를 위해서도 MEV가 쓰인다. 거래소 간 혹은 선·현물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생하면 수많은 차익거래가 일어나는데, 이때 빠른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를 과감히 지불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에서 차익거래가 발생했다기보다, 중앙화 거래소(CEX)간 차익거래 기회가 생길 때 제한적으로 MEV가 발생한다.

반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자체에서 MEV 기회가 발생한다. 담보를 예치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메이커다오(MKR),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 탈중앙화 선물마진거래소(DYDX) 등 수 백가지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중이다. 이 때문에 각 디파이 플랫폼에서 재정거래 기회가 발생하는 것을 자동으로 찾아 이익을 취하는 자동로봇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이론적으로 차익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100만 원이라면 수수료를 99만 원까지 지급해도 1만 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런 로봇들은 이더리움에서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면서 수수료를 상승시킨다. 단일 거래 중개 수수료 수익으로 수 백~수 천만 원 수익을 올렸다는 특이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MEV가 원인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왜 문제인가

MEV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개별 참여자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거래 중개자가 수수료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100만 원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한 자동프로그램로봇이 현재 수수료 평균값 2만 원보다 좀 더 높은 5만 원을 제시해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수수료가 현재 평균치보다 훨씬 높아서 처리돼야 마땅하지만, 거래를 중개하는 스테이커(채굴자)가 이 거래의 수익 원리를 파악한 후, 수수료를 6만 원을 지급해 똑같은 방식으로 차익거래를 할 수 있다. 설계 코드가 공개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차익거래 구조까지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 거래를 흉내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수많은 자동로봇이 이 거래를 따라 하다보면 수수료만 높아지고 차익거래 수익은 낮아지게 된다. 이는 거래 중개자(스테이커)만 이익을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 부분은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는 문제다.

더 큰 MEV 부작용은 중개자들이 정부나 대형기관에 의해 거래를 검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부분인 ‘토네이도캐시’가 대표적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재산관리국(OFAC, 오팩)이 이더리움 익명 거래 플랫폼 토네이도캐시를 사용금지하자, 미국 내 이더리움 스테이커들 대부분이 토네이도캐시 중개를 제외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방침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은 어떤 검열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검열을 수용한 미국 스테이커들의 참여분을 몰수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이더리움 재단은 MEV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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