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와 한국형 '제론토크라시'

입력 2022-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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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부국장 겸 산업부장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최악의 압사 사고라는 안타까운 비보가 들려왔다. 사고 책임을 놓고 행정안전부, 용산구, 경찰이 서로 회피하는 모습에 국민과 정치권에선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며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부적절한 발언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참사에 대해 외신들은 ‘세월호 침몰 이후 최악의 참사’라며 한국 정부의 미흡한 안전대책을 꼬집으며 인재라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안전 당국이 정치 집회에 대응하느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젊은이의 축제를 챙기지 못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진국도 유사사례가 발생하는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참사로 후진국형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노인이 지배하는 사회체제)’가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이어져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고 비판한다. 제론토크라시는 노년층이 사회 전반을 장악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는 정치체제를 뜻한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사전에 종합치안 대책을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안전 관리보단 마약 단속, 성범죄 등 각종 사건·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인력 200여 명만 이태원에 투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제론토크라시 부작용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필자와 같은 50대 이상의 세대에서 핼러윈 데이는 먼 나라 얘기였다. ‘10월의 마지막 밤’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가수 이용’의 노래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겐 ‘핼러윈 데이’나 ‘핼러윈 파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핼러윈 파티를 하다 보니 요즘 10대, 20대들에겐 익숙한 파티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인식 차이에서 50·60대의 정부 수뇌부는 이태원 젊은이들의 축제보다 광화문 정치집회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경찰 수뇌부도 이태원 핼러윈 파티는 클럽이나 술집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고 마약이나 성범죄 발생이 자주 있었던 파티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경찰은 사전에 10만 명 이상의 인원이 이태원에 모일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경비병력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 주요 요직에 50년대·60년생이 주류를 잡고 있어 한국형 제론토크라시가 이미 형성돼 있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의 입법 형태도 청년 중심의 정책보단 노인 중심의 정책으로 펼쳐지고 있다. 표심 향방에서 노인 표가 청년 표보다 많다 보니 노인 정책은 과대 포장되고 청년 정책은 소홀해지면서 세대 갈등, 양극화 심화, 국가 경쟁력 약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50·60년대 보릿고개 세대에게 ‘핼러윈 데이’를 이해시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겐 명절보다 더 중요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원래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던 핼러윈 축제가 변질됐다고 비판하기보단 이젠 젊은이들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제2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책 당국자들은 다름을 비판하기보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올바른 정책 입안을 할 수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쳤던 우리 사회 각 분야 주도권이 30~40대로 내려가야 한다는 말을 곱씹게 된다. 이 전 부총리는 “미래에 가장 많이 영향받을 세대가 국가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갈등 해소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교육 개혁을 하는 데 젊은이가 참여하는 시민사회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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