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멸시효 완성…채무자, ‘시효 항변’ 가능
“시효 전 해제권 행사 안하면 원상회복청구 불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해진 부동산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금 반환채권을 압류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일 갑(甲) 회사와 B 씨 간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B 씨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를 원인으로 한 계약금 반환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A 씨가 B 씨를 상대로 추심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B 씨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법원에 따르면 甲 회사는 2007년 1월 10일 B 씨와 이 사건 부동산을 3억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7년 1월 12일 매매대금 중 계약금 3000만 원을 지급했다.
甲 회사는 해당 부지에서 추진하던 공동주택 건설사업의 사업계획 승인 후 10일 이내 잔금으로 2억1000만 원을 지급하고, B 씨는 잔금 수령과 동시에 소유권이전 등기의무를 이행하도록 정했다.
甲 회사는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2012년 2월께까지도 사업계획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에 B 씨는 2012년 2월 10일 을(乙)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줬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돼 공동주택을 매입하려던 A 씨는 2017년 1월 5일 B 씨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로 인해 甲 회사가 B 씨에 가지는 계약금 등 반환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 이는 2017년 2월 11일 B 씨에게 송달됐다.
B 씨는 A 씨의 압류‧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청구에 대해 이미 시효가 완성해 소멸한 채권에 근거한 청구라고 항변했다.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시점은 2007년 1월 10일이고, 추심금 청구는 2017년 2월 11일에 들어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원심은 甲 회사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가 완성돼 소멸했더라도 A 씨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B 씨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의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이미 채무불이행의 대상이 되는 본래 채권이 시효가 완성돼 소멸되었다면, 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해제권 행사 이후에도 소멸시효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효완성 전까지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권자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시점(해제권 발생 시점)이 본래 채권의 시효 완성 전인지 후인지를 불문하고 그 해제권 및 이에 기한 원상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면서 “향후 하급심 판단의 기초가 되는 법리를 제시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