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에 기대감 커졌지만…
양사 모두 입찰 보증금 미납부
올해 지방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인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입찰이 또 한 차례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가 대거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돌연 등을 돌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6시 마감된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 보증금 마감 기한까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입찰 보증금(현금 300억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유찰됐다. 지난 8월 열린 1차 입찰에서도 무응찰로 유찰된 바 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두 건설사를 비롯해 롯데건설, 동원개발, 아이에스동서 등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중견건설사까지 참가하면서 다자 구도가 예상됐지만 결국 입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조합은 입찰을 위한 공고를 다시 내고 시공사 선정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울산 B04 재개발은 중구 교동 190-4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9층, 아파트 4080가구(임대 206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2조 원이 넘고, 공사비도 1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전체 공급물량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은 2706가구로, 전체 70%에 달해 시공사 입장에서 수익성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정비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정비사업장에 유찰 사례가 늘어난 배경에는 출혈 경쟁을 피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주요 정비사업장에는 타사의 설계안을 깎아내리는 등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쳤다. 하지만 올들어 시장이 급랭하면서 최대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성이 우수한 곳에만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입찰 참가 자격 기준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이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입찰보증금은 건설사의 입찰 남발을 막기 위한 취지로 조합이 요구하는 보증금이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입찰 조건으로 ‘보증금 800억 원’을 내걸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리한 경쟁을 피하고자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바뀌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좋지만 수의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지고 시장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