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분양 시장 역시 빠르게 식어가면서 서울 핵심지 중 한 곳인 용산구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사실상 판매가 되지 않으며 미분양 공포가 확산될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서울 내 준공 후 미분양은 전체 187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188건 대비 1건 주는 데 그쳤다. 준공 후 미분양은 말 그대로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팔리지 못한 물량으로, 청약 시장을 분위기를 판가름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한달 사이 1건만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청약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별로는 강북구가 1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천구 34건 △강동구 32건 △광진구 3건 순이었다. 구로구에서는 오류동 ‘다원 리치타운’이 남은 한 가구를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할인분양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남은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6월 완공 이후에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자 7월 분양가를 15% 낮추는 할인분양에 나섰다. 이에 9억 원대였던 전용면적 59㎡형은 7억4000만 원으로, 11억 원대였던 전용 78㎡형은 9억2000만 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럼에도 전체 일반분양 145가구 중 81%(118가구)를 여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할인분양에도 여전히 고분양가 논란을 잠재울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로 단지 인근에 있는 수유동 ‘수유벽산’ 전용 112㎡형은 8월 8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규모에 더 큰 면적임에도 칸타빌 수유팰리스 분양가보다 낮은 셈이다.
서울의 전체 미분양 건수도 늘었다. 9월 기준 미분양 주택 건수는 전체 7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610건 대비 약 17.9% 늘어난 수치다. 서울 전체 미분양 주택은 7월 592건→8월 610건→9월 719건 등 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구역별로는 마포구가 245건으로 가장 많았다. 마포구에 이어 △강북구 183건 △구로구 69건 △도봉구 60건 △동대문구 50건 △용산구 41건 △금천구 34건 △강동구 32건 △광진구 3건 △중구 2건 순으로 많았다.
특히 용산구의 경우 8월에는 미분양이 없었지만 9월 41건으로 급증했다. 중림종합건설이 원효로2가에 짓는 주상복합 단지가 9월6일 41가구에 대해 분양에 나섰지만, 전량 미분양됐다. 전용 20~29㎡형 등 소형 평형임에도 분양가가 8억4500~8억9500만 원대로 비교적 높게 책정되면서다.
구로구에서는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가 8~9월 91가구를 분양해 평균 경쟁률 7.6대 1로 마감했지만, 정작 계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69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지난달 11일 이 69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10개 타입, 39가구가 또 주인을 찾지 못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은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분양가가 높은 곳이나 규모가 작고, 입지가 좋지 않은 곳들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면서 “상황이 길어지면 외곽지역 미분양 단지들은 수유동처럼 할인분양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