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외환보유액 세계 9위, 8위 탈환 한달만에 추락
상황에 따라서는 4000억달러 하회 가능성도 열어둬
외환보유액이 석달연속 감소해 2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내다 판 때문이다. 또, 9월말 국민연금공단과 체결한 외환스왑(FX스왑) 영향도 작용했다.
9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로 한단계 떨어졌다. 8위 탈환 한달만에 수성에 실패한 셈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말보다 27억6000만달러(0.7%) 감소한 414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월(4107억5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최고를 기록한 후 단 두달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중이다. 9월엔 196억6000만달러(4.5%)나 급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었다(금액기준 2008년 10월 -274억2000만달러, 비율기준 2008년 11월 -5.5%).
실제, 10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대비 35.07원(2.5%) 상승한 1426.66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3월(1461.98원) 이후 13년7개월만에 최고치다. 9월에는 73.15원(5.5%)이나 급등해 2009년 2월(+83.36원, +6.2%)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었다.
9월23일 한은 및 기획재정부와 국민연금이 올 연말까지 100억달러 한도로 외환스왑을 체결한 것도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은은 현재 어느 규모로 외환스왑이 집행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을 포함한 외환보유액과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원화간 스왑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연말까지 6개월 또는 12개월물로 외환스왑거래를 약정했다. 만기연장(롤오버)은 없으며, 올 연말 12개월물로 거래를 체결할 경우 최대 내년말까지 외환스왑거래가 유효하다. 외환스왑 집행규모만큼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및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은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과거, 달러화지수가 1% 변동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통상 20억달러를 전후로 변동해 왔었다.
주요 6개국 통화대상 달러화지수(DXY)인 달러인덱스는 10월말기준 111.53를 기록해 전월말(112.12)대비 0.5% 하락했다(한국시간 기준으로는 1.3% 하락한 100.75). 같은 기간 주요통화인 파운드화(4.1%)와 유로화(1.4%)는 절상된 반면, 엔화(-2.2%)와 호주달러화(-1.6%)는 절하됐다.
김상훈 한은 외환회계팀장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등 영향을 감소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에 따른 일시적 효과도 있었다”면서도 “큰 폭으로 감소했던 9월보단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에 대해 그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당연히 다를 것이고 시장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1위는 3조290억달러를 보인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일본(1조2381억달러), 스위스(8921억달러), 대만(5411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홍콩(4192억달러)가 우리보다 한단계 위인 8위를, 브라질(3276억달러)가 우리보다 한단계 아래인 10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