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가 유럽 소비자 입맛을 정조준한다. 최근 한식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상은 폴란드 크라쿠프(Krakow)에 김치 공장 건설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에 10개의 해외 공장을 보유한 이 회사의 열한 번째 글로벌 생산 거점이다. 해외 김치 공장으로는 중국 연운항(롄윈강)과 미국 LA에 이어 세 번째다. 연 생산능력은 3000톤에 달하는 이번 공장은 총 대지 면적 6613㎡(2000평) 규모로 내년 착공에 나서 2024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대상은 폴란드를 유럽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 결정했다. 원재료 수급 용이성과 인근 국가로의 접근성 등이 이유다. 동·서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폴란드를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대상은 현지 기업의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해 종가 김치를 유럽 시장에 우선 공급하고, 2024년 폴란드 공장 준공을 통해 김치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5년까지 유럽 현지 식품 사업 연간 매출을 10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대상의 유럽 생산 거점 마련 결정은 최근 유럽에서 한국 음식의 소비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불리는 김치의 인기가 높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국내 김치의 유럽 수출 규모는 2017년 1634톤에서 지난해 3397톤으로 매해 10% 내외씩 성장 중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주요 수출 국가는 기존 빅3인 일본(4794만 달러)과 미국(2172만 달러), 홍콩(581만 달러)에 네덜란드(476만 달러)와 영국(434만 달러) 등 유럽 2곳이 포함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김치의 유럽 수출량은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종가 김치의 유럽 수출량은 국내 총수출량 3397톤의 약 55%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도 미국의 ‘비비고 만두’ 성공을 경험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열고 “만두와 가공밥, 한식 치킨 등 글로벌 전략제품(GSP, Global Strategic Product) 등을 앞세워 유럽 식품사업 매출을 2027년까지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유럽 시장 공략 선두주자는 ‘비비고 만두’다. 비비고 만두로 2018년 유럽 시장에 첫발을 뗀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지역 연평균 매출 38%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4년 만에 4.5배 성장한 약 600억 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CJ는 지난 8월 유럽에서 친숙한 닭고기를 활용한 만두를 중심으로 채식인구 등을 겨냥한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고, 현재 김치와 롤(Roll), 가공밥(P-Rice), K소스 등을 유럽 현지서 팔고 있다.
또한 유럽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K푸드 경험치와 비비고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주력한다. 현지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밀키트 등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다양한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으로 비비고 제품을 제공하고 소비 트렌드에 대한 데이터도 축적해 신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베트남 까우제 인수로 축척된 동남아식 롤의 역량을 활용해 만두를 비롯해 롤과 딤섬까지 아우르는 ‘Wrapped Food’ 카테고리 1등에 도전 목표”라면서 “필요시 유통망과 인프라를 갖춘 현지 식품업체 인수합병(M&A)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샘표도 유럽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디종에서 열린 ‘한식을 담다’ 행사에도 참여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열린 제네바 UN본부에서 열린 한식 교류 행사 ‘마스터스 테이블(Master’s Table)’에 참여한 김영빈 요리연구가를 후원하기도 했다. 한국진흥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전통 한식을 접할 기회가 적은 유럽 현지 셰프들에게 한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샘표는 행사를 통해 한식을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양념을 지원하며 현지 마케팅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