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디딘 한국은행 CBDC 발행 실험…해외 도입·준비 사례는?

입력 2022-11-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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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ㆍ중국 도입 속도…‘은행 대체ㆍ통화 보호’ 등 목적
미국ㆍ유럽 연합, 연구ㆍ실험 계속 중이지만…도입에는 ‘신중’
한국은행, “도입 여부 결정 아닌 기능 구현 가능성 실험 단계”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의 디지털화폐(CBDC) 연구가 첫발을 디뎠다. 한국은행은 8일 지난해 8월부터 약 10개월간 진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모의실험 연구사업 결과에 대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세계 여러 국가가 CBDC를 도입 혹은 준비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원화 CBDC의 도입은 국제 상황에 맞춰 진행한다는 게 현재까지 한은의 입장이다.

지난 3일 발간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105개 국가에서 CBDC를 고려 중이고, 바하마, 자메이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10개국에서 이미 CBDC가 도입됐다. CBDC 도입 국가는 대체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빈곤층이 접근하기 힘든 은행 시스템을 대체하고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CBDC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발행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 국가에서 CBDC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본부.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G20 국가 중 CBDC 도입에서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는 올해 8월 말 기준 15개 시범지역에서 거래량 3억6000만 건, 거래액 19조 원을 넘어섰다. 거래 가맹점은 약 560만 곳이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핀테크를 통해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23일까지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 세 국가의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국경 간 디지털 화폐 지급 실험인 ‘엠브릿지’ 실험도 진행했다. CBDC를 활용해 기업의 결제 및 외환 거래를 대신하는 실험으로, 총 160회 동안 312억 규모의 자금 국경을 넘어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비교적 영향력이 큰 미국과 유럽은 아직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준비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9월 16일 백악관이 발표한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발전을 위한 포괄적 프레임워크’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CBDC가 국익에 이익을 줄 수 있음과 동시에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관련 연구·실험·평가를 지속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아직 뚜렷한 도입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지난해 4분기부터 디지털 유로에 대한 조사 단계에 착수해 내년 안에 디지털 유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출처=유럽 중앙은행(ECB), '디지털 유로-우리의 미래 화폐')

유럽 역시 아직은 디지털 유로(CBDC) 도입 시기·여부를 검토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0월 디지털 유로 관련 조사 단계를 시작해 올해 9월 민관이 협력해 개발한 디지털 유로의 첫 프로토타입을 승인했다. 내년 3분기까지 연구를 지속해 최종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도입이 결정되면 유럽연합은 빠르면 2026년부터 디지털 유로를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에 있어 개발도상국·중국보다는 미국·유럽의 행보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기술적 실험 단계일 뿐, 도입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제적 도입보다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도입하면 바로 대응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번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까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으며, 연구 사업은 분산원장을 적용한 CBDC의 기능 구현 가능성을 실험한 것으로 최종 모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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