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봉화의 기적’에 생존템으로 부상한 커피믹스…방산주로 뜨는 이유

입력 2022-11-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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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광부들의 생환 소식에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는 동료들(연합뉴스)

식수와 식량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 헤드 램프마저 깜빡이자, 박정하 씨(62)는 ‘희망이 없어진 것 같다’는 말을 입 밖에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그로부터 20분 뒤 들려오기 시작한 발파 소리. 221시간 만에 기적같이 구조된 두 광부는 동료들을 만나고 나서야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오래간만에 들려 온 반가운 소식에 사람들은 모두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생환의 두 주인공이 ‘커피믹스’를 언급해 화제입니다.

221시간 생존 가능하게 한 ‘커피믹스’

4일 오후 11시 3분,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극적으로 생환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갱도 붕괴로 펄(토사)이 수직 아래로 쏟아져 고립된 지 221시간(9일 5시간)만입니다.

작업반장 박정하 씨와 갓 입사한 보조작업자 박 모 씨(56)의 현명한 대처와 생존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구조대의 끈질긴 노력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광부 경력 27년의 베테랑인 박정하 씨는 바닥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식수가 떨어지자 갱도 내 지하수를 마시는 등 노련한 대처로 찬사를 받았는데요. 특히 그가 동료 박 모 씨와 30여 개의 커피믹스를 초반 사흘에 걸쳐 나눠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커피믹스가 비상식량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고립이 길어질 줄 몰라 사흘 만에 먹어버렸다고 언급했죠.

두 광부의 주치의인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5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식사 대용으로 먹은 커피 믹스)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광부의 생환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5일에는 ‘커피믹스’ 네이버 검색량이 평소의 2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출처=‘커피라는 행복 맥심’ 유튜브 캡처)

커피믹스가 전투식량 얘기까지 듣는 이유

사무실마다 서비스용으로 비치되어 있곤 하는 커피믹스는 평소 홀대의 대상이었습니다. 커피(카페인), 프림(불포화지방), 설탕(당분) 등으로 구성돼 열량이 높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인식 때문이죠.

실제로 이러한 인식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커피믹스가 한 봉지당 당류가 12g 중 6g으로 50% 수준으로 함유되어 있어, 당류 함량이 높은 제품을 하루 2잔만 마셔도 세계보건기구(WHO) 1일 섭취 권고량(50g)의 약 30% 수준을 섭취하는 것이라고 경고한 적 있습니다.

구체적인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믹스 1개(12g) 기준 △탄수화물 9g △당류 6g △나트륨 5㎎ △지방 1.6g △포화지방 1.6g △단백질 0g △콜레스테롤 0㎎ △트랜스지방 0g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피믹스 1개당 열량은 50㎉에 달합니다. 밥 한 공기(약 150g)가 열량 215㎉ 정도임을 고려한다면, 커피믹스는 중량 대비 열량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부들은 이런 커피믹스를 하루 3봉지 먹었으니, 열량만을 단순 계산했을 때 거의 하루 밥 한 공기 씩은 먹은 셈입니다.

이렇게 고열량의 커피믹스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그동안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봉화군 매몰사고에서 커피믹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는 커피믹스를 비상식량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커피믹스를 ‘전투식량’으로 봐야 하며, 커피믹스를 제작하는 동서식품, 남양유업 등의 기업 주식은 방산주로 분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죠.

전투식량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커피믹스는 그동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직종에서 일종의 ‘부스터’로 환영받아 왔습니다. 1976년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낚시·캠핑 등 야외 활동을 위한 제품으로 출시됐었죠. 지금도 광산은 물론 공장, 농장, 건설 현장 등 각종 노동 현장에서는 필수 준비물로 취급받습니다.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대표작 ‘맥심 모카골드’(왼쪽)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오른쪽)(출처=각 사 홈페이지 캡처)

관련주 반등…커피믹스도 다시 사랑받을까?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동서식품은 우리나라 대표 커피믹스인 ‘맥심’과 ‘카누’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87.93%에 달합니다. 점유율 7.78%로 동서식품 다음가는 수준인 남양유업 또한 대표작 ‘프렌치카페 카페믹스’가 유명합니다.

두 광부의 생환 소식 이후 두 기업의 주가도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말 35만 원대까지 밀려났지만,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38만 원 선을 회복했습니다.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동서도 지난달 말 2만 원 대를 회복한 이후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커피믹스 소비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줄었습니다. 저가 커피전문점이 늘어나고 편의점 커피, 캡슐 커피 등 대체품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커피믹스 특유의 텁텁한 맛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홈 카페 시장이 성장한 것 또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류 매출은 규모는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커피믹스 시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8512억 원→7981억 원→7462억 원으로 매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원두커피, 편의점 액상 커피 등이 대체하고 있죠. 이번 사건을 기회로 커피믹스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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