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인하여력 없는 것 알고 있어"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에도 예정이율 인상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애초 하반기 예정이율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금융당국도 "생명보험사들에게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종신보험료 인하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예정이율은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로 보험사가 채권 투자 등으로 운용해 얻어질 것으로 보이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낮아진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생명은 이달 종신보험 신상품인 '한화생명 H1 종신보험', '한화생명 H2 종신보험'에 인상된 예정이율인 2.25%를 적용해 출시했다. 기존 대표 종신보험은 '한화생명 평생동행 종신보험' 이었고, 예정이율은 2.0% 적용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더든든한교보종신보험'에 15년 미만 시 2.5%, 이상이면 2%의 예정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예정이율 변동 사항은 없다. 삼성생명도 지난 7월 신상품인 '우리집 착한종신보험'에 2.75% 이율을 적용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소극적인 대응이다. 당시 한화생명은 10월경 예정이율 인상을 검토했고, 교보생명도 "일부 상품에 대해 예정이율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보사들이 보수적으로 예정이율을 인상하는 이유는 내년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하고 있고, 금리 하방 압력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생보업계는 보험수지 적자 확대로 인하여력이 크지 않다. 또한, 5%대 고금리 경쟁을 하고 있는 단기납 저축보험과는 다르게 유지기간이 길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신보험은 유지기간이 20~30년으로 길기 때문에, 단기 금리 상승에 맞춰 예정이율을 인상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과거에도 단기금리 변동보다는 보험회사의 장기적인 금리 예측에 따라 예정이율을 변경한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 기준금리나 시장금리의 단기 변동과 반대로 예정이율을 조정한 사례도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압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생명보험사가 보험료 인하 여력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이율 인상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금감원이 최근 평균공시이율을 3년 연속 2.25%로 동결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분기 간접적으로 생보사들의 예정이율 조정 압박을 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