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악화로 수출ㆍ투자 부진...1.8% 저성장 전망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면서 우리 경제가 높은 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국면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기 방향성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상황으로 흘러간다는 의미다.
KDI는 1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올해 5월)에서 1.8%로 0.5%포인트(p)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린 것은 내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심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KDI는 내년 우리 수출이 1.6% 증가하는데 그치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둔화 등으로 2022년(-3.7%)에 이어 0.7% 낮은 증가율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도 주택시장 부진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인해 2022년(-3.0%)에 이어 2023년(0.2%)에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등으로 올해 4.7%보다 낮은 3.1%로 전망했다.
KDI는 이를 토대로 올해 경기회복 국면이 마무리되고, 내년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놓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인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돼 경기 둔화 국면이란 진단을 내렸다"면서 "다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하지 않아 경기침체가 아닌 경기둔화 정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대내적으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봤는데 회사채 시장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확산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KDI는 내년 소비자 물가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올해(5.1% 전망)보다 상승폭이 축소되지만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2%)를 상회하는 3.2%의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에너지가격 및 곡물가격 등을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KDI는 내년 높은 물가 상승 속에 경기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진단한 것인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침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경기가 침체가 아닌 둔화로 보여지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명확히 얘기하기는 건 아직까진 어렵다"고 했다.
KDI는 물가상승 속 경기 둔화가 에너지가격 상승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 지원 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