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 선거 결과는 아직도 확정이 안 됐다. 한국시간 10일 오전 현재 하원은 공화 207석, 민주 183석을 각각 확보했다. 어느 쪽도 과반을 위해 필요한 218석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공화당이 가까스로 다수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상원의 주도권 향방은 더 오리무중이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48석을 확보했다. 알래스카, 네바다, 애리조나에서 개표가 진행 중이다. 세 곳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다수석을 누가 가져가는지는 내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지아주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돼서다. 후보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한 까닭이다. 남은 곳 중 민주당이 두 곳만 가져와도 다수석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분명 한숨 돌릴 만한 선거 결과다. 민주당을 위기에서 건져 올린 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역효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의 재등장을 우려한 유권자가 결집했고, 그를 못미더워한 공화당원들이 투표에 인색했다.
무당파 유권자인 마이클 스튜어트(54)는 버지니아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현역 애비게일 스팬버거를 찍었다며 “공화당 후보인 웨슬리 베가는 너무 극단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공화당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애비게일은 4%포인트 차이로 베가를 꺾고 자리를 지켰다. 스튜어트는 “트럼프의 정치판 재등장은 민주주의를 해친다”며 “국가를 지키기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 표를 던졌지만 2016년에는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를 지지했다.
트럼프를 ‘못 믿은’ 공화당원들도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호재가 됐다. 트럼프는 자신이 지지하는 상하원 후보들이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를 반대해 후보 지지도 망설였다고 답했다.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의 자질을 탐탁지 않게 봤다. 조지아주에서 유권자의 56%가 민주당 현역 라파엘 워녹이 직무에 적합하다고 답한 반면 미식축구 선수 출신 허셜 워커는 40%에 그쳤다. 공화당원이자 전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 정치 전략가인 스콧 리드는 “트럼프가 2류 후보를 고른 것으로 드러났고 선거 막판 3주간은 본인이 주인공이 됐다”고 지적했다.
상원 다수당 PAC를 이끄는 J.B.퍼쉬는 “공화당 후보가 너무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다 보니 공화당원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직 대통령을 심판하는 중간선거의 성격을 트럼프가 바이든과 자신의 대결구도로 바꿔 놓은 점도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봤다. 공화당 여론조사 요원 빌 맥킨터프에 따르면 1962년 중간선거가 시작된 이래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밑돌 경우 여당은 하원에서 평균 39석을 잃었다. 올해 바이든의 지지율은 40~45%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암 도노반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그들의 미래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그들의 선택은 ‘이걸 또 할거야?’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요소가 한둘이 아님에도 결국 트럼프가 공화당의 표를 갉아먹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