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IFRS17 돼도 삼성전자 유배당 계약 변동 없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5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25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휘청일 수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다음 주부터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보험업법 개정을 도와달라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에 친전을 보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친전을 통해 "우리나라 보험업법은 보험사 자산이 특정 투자 대상에 편중돼서 그 위험이 고객에게 전가되거나 투자 대상의 이해관계에 보험회사가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 보험업권에서 대주주의 발행주식 취득(소유)은 자기자본 60% 또는 총자산의 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보험업 감독규정에 시가가 아닌 취득금액을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규정으로 혜택 보는 회사는 바로 단 한 곳, 삼성생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취득원가로 돼 있는 보험사의 주식·채권 소유액 산정 기준을 시가로 바꾸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둘 뿐이라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했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적시에 계약자에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투자 대상에 따라 여러 자산운용상 규제를 적용받는다. 보험사 자산이 특정 투자 대상에 편중돼 그 위험이 보험사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주주 등 특정 기업 발행 주식에 대해선 소유액이 보험사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보험업감독규정을 통해 취득원가를 산정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한 재원으로 삼성전자 주식 8.51%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30조6000억 원 규모다. 장부상 취득원가는 5444억 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281조원)의 0.19%에 불과하다. 하지만 평가 기준을 시가로 바꾸면 총자산 대비 10.9%에 달해 규제 비율(3%)를 넘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3%를 초과하는 22조2000억 원 어치 주식은 매각 대상이 된다.
재계에선 보험업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삼성그룹이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가 강제 매각되면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시 이 회장 등 최대주주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와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인적분할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FRS17 도입되더라도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평가이익 중 일부를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을 자본으로 분류해 배당하지 않으려 한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김현환 삼성생명 재경팀장은 "유배당 계약자 지분 배분은 이미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IFRS17 전환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만약 매각하게 되면 실현된 이익을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