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높은 전기차 인프라 구축·배터리 재생 분야 협력 제시
메탄행동 파트너십·탄소중립 및 녹색전환 센터 등 기후변화 대응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 5년 걸쳐 올해 대비 2배 늘려 年4800만불
아세안 최고 단계 파트너십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제안
구체적 이행 로드맵 향후 공개 예정…"아세안 관점 지지하며 협력"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연대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협력기금 대폭 증액을 공약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저는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구상을 밝혔다.
우선 ‘규칙 기반 국제질서 증진’을 위해 한-아세안 외교당국 간 전략대화 활성화와 국방장관회의 정례화를 제안했다. 특히 해양안보 부문에서 퇴역함 양도와 해양테러 대응 등 해양법 집행 협력과 연합훈련 강화를 제시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해서는 북한과의 평화·공조 유도를 위한 아세안과의 공조를 당부했다.
경제 부문은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에 디지털 통상 협력을 포함시키고, 전기차·배터리·디지털 등 아세안 수요가 높은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기술 표준화, 배터리 재생 분야 협력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공동대응 강화도 거론했다. 한-아세안 메탄행동 파트너십 출범과 탄소중립 및 녹색전환 센터 설립, 대기오염 대응 사업 등이다. 메탄행동 파트너십은 메탄 감축 역량 강화 사업 목적이고, 센터의 경우 2024년부터 추진하는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이다. 코로나19 이후 중요성이 커진 보건 분야는 백신·바이오 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협력 강화를 위해 재원도 향후 5년에 걸쳐 올해 대비 2배 늘린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은 연 3200만 달러, 한-메콩 협력기금은 연 1000만 달러,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은 연 600만 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은 1990년에 아세안 개발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올해 예산은 1600만 달러이고 누적 약 1억5300만 달러를 지원해왔다. 한-메콩 협력기금은 베트남·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가 포함되는 메콩 지역의 인프라·인적자원·ICT(정보통신기술) 개발을 목표로 지난 2012년 조성됐다. 올해 예산은 500만 달러로 누적 1950만 달러를 지원했다.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은 지난해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조성돼 올해 3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024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는 것을 계기로 아세안의 최고 단계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지난해 중국과 호주가 수립한 단계의 파트너십이고, 올해에는 미국과 인도가 추가될 전망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우리나라가 인태 지역 특화 지역외교 전략을 제시한 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가 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과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성안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제가 추진하고자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개방적이고 포용적 협력을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결코 다르지 않고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며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을 확고히 지지하며 아세안과의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