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이는 지자체에도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바로 전에 기재부 축구동호회가 한 지자체와 친선 축구를 하러 갔는데 숙소와 식사 등의 모든 비용을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서 논란이 됐다. 지자체 입장에선 이번 기회에 기재부 공무원과 친분을 쌓아 향후 예산이 필요할 때 이용하려고 했을 것이다.
물론 기재부와 행안부도 서로를 경계한다. 기재부도 조직을 새로 만들려면 행안부를 행안부도 예산을 따려면 기재부에 가서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기재부에 조직을 신설을 해주는 조건으로 행안부는 추가 예산을 받는 식이다. 물론 서로 맘이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기재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꼭 필요한 조직이 있었는데 행안부 반대로 만들지 못했다"며 이를 갈았다.
그동안 거리상으로 기재부와 행안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기재부가 과천청사에 있을 때 행안부는 서울청사에 있었다. 정부부처가 세종으로 옮긴 뒤에는 기재부와 행안부는 약 3km 거리에서 서로를 경계했다.
그러나 내년 2월에는 이 두 부처가 한 곳에서 근무하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세종청사 중앙동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뒤늦게 세종시로 내려오면서 부족한 사무실을 만들기 위해 지하 3층, 지상 15층 규모로 중앙동 건립이 추진됐다. 그러나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과기부에서 기재부로 입주 부처가 바뀌었다. 당시 기재부가 새치기했다는 말도 나왔다. 높은 건물, 넓은 주차장, 각종 편의시설 등을 기재부가 원해서 과기부와 바꿨다는 것이다. 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이 같은 질의를 받고 "기재부로서는 좋은 것이 없다. 행정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는 했다.
사실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현 기재부 건물(세종청사 4동)이 공간은 협소하고 편의시설도 없는 데다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져 외지다는 불만이 오래전부터 강했다. 여기에 중앙동이라는 상징성은 기재부에 매력적으로 보였을 터다. 과천청사에서 기재부는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핵심인 1동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두 부처가 한 곳에 입주하다 보니 당연히 누가 조망감이 좋은 로열층(고층)을 쓰느냐가 논란이 됐다. 당연히 두 부처 모두 로열층을 선호했고 용호상박, 힘의 대결이 에상됐다. 관가에서도 나름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결국 기재부가 업무동 중층부(3~10층), 행안부가 저층부(1~4층)와 고층부(10~14층)를 나눠 쓰는 절충안으로 결론이 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안부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파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제 내년 2월 이후에 중앙동에 가면 조직 확대와 예산을 더 따내기 위해 찾아온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긴 할 것 같다. 다만 단순히 한 곳에 모여 있다고 효율성이 갑자기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추 부총리의 말처럼 기재부와 행안부가 모여 어떻게 효율성을 높일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