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년 새 승용·RV 수출 물량 크게 늘려
강달러·해외 수요 증가 등 수출 호조의 영향
판매 단가도 해외 더 높아 수출 비중 유지 전망
“결국 수익성 문제…기업엔 수출이 더 합리적”
최근 현대자동차의 차량 출고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수출 비중 증가가 지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출 환경의 호조로 당분간 수출이 큰 비중으로 유지되며 국내 출고 적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3년 사이 일반 고객 수요가 큰 승용, 레저용차(RV) 등에서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등 승용 모델의 경우 2020년 매출액 중 수출 규모는 4조5567억 원으로 승용 매출의 27.1%에 그쳤다. 그러나 수출액 비중은 2021년 41.5%(7조5889억 원)로 급격하게 늘어난 뒤 올해 3분기까지 49.8%(8조910억 원)로 늘어나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약 2년 만에 수출액 비중이 20%p 넘게 증가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RV 모델 역시 수출 비중이 늘었다. RV 모델의 수출액은 2020년 13조8878억 원으로 RV 매출액의 61.5%였다. 2021년에는 RV 매출 중 수출액 비중이 61.8%(15조2405억 원)로 비슷하게 유지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66.6%로 늘어났다. RV 모델 3대를 만들면 이 중 1대만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셈이다.
이처럼 현대차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며 국내 고객들의 대기 기간은 모델에 따라 2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현대차가 이달 초 영업 일선에 공유한 납기 일정에 따르면 제네시스 GV80은 엔진에 따라 대기 기간이 30개월 이상 걸린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 수요가 높은 인기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출고까지 24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6은 18개월, 아이오닉 5 역시 12개월 이상 걸리는 등 인기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은 1년을 넘기는 상황이다.
여러 완성차 업체에서 생산 물량이 늘어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는 국면이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내수 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달러, 해외 수요 증가 등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 RV 모델의 평균 판매 가격이 국내보다 40%가량 높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판매 비중 조절은 결국 수익성 문제”라며 “같은 차를 파는데 1만 달러 이상 더 받을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