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 고급화로 국산 재료 니즈 높아…생닭 재고 고민 치킨업체 ‘윈윈’
치킨 업체들이 반려견 사료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데다 고급화 추세로 국산 원료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치킨 업체로서는 육계(닭고기)의 재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원은 국내 반려동물용품 시장 규모를 2020년 3조4000억 원에서 내년 4조6000억 원으로 몸집을 불리고 2027년에는 6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너시스비비큐는 지난달 ‘치킨파티위드펫’과 ‘올리브파티위드펫’, ‘파티위드펫’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분류는 동물용 사료 및 가공처리 식육, 음식품 제공 서비스업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임을 짐작게 한다. 업계에서는 BBQ가 반려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BBQ 관계자는 “반려견 시장 성장세로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BBQ치킨으로 유명한 제너시스비비큐의 반려견 관련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직접 제조를 맡기보다는 주로 반려동물 전문 사료 업체와 협업을 통해서 시장에 진출해 있다. 반려견과 반려묘 사료 전문 업체인 에이티바이오와 함께 ‘BBQ 진한 삼계탕’과 ‘BBQ 진한 오리탕’, ‘BBQ 진한 북어국’ 등 반려견용 보양식을 팔고 있다. 제조는 에이티바이오가 맡고 있다.
더키코와는 반려동물 간식 브랜드 ‘한줌의 간식’을 팔고 있다. ‘한줌의 간식’은 국내산 닭고기 생육을 첨가한 100% 국내 생산 안심먹거리로 ‘닭고기져키’와 ‘오리고기져키’, ‘양고기져키’, ‘소고기져키’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상표권자와 제조사는 더키코로, 이 회사가 사업을 주도해 이들 제품은 더키코의 포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치킨 업계에서 반려견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대표 업체로는 굽네가 꼽힌다. 이 회사는 2019년 12월부터 반려견용 자연화식 브랜드 ‘듀먼(D’human)’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반려견용 삼계탕과 닭 안심 토핑 등으로 이들 제품은 국산 닭가슴살 등 국내산 재료로 만들어진다. bhc도 지난해 11월 반려견용 간식 ‘bhc 멍쿠키’를 론칭하며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림그룹도 반려견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계열사인 하림펫푸드를 통해 주로 반려견 사료 사업을 한다. 이 회사는 최근 반려견 전용 자장면인 ‘더리얼 유니자장면’을 선보였으며 하남 스타필드 1층에 ‘더리얼 차이니스 레스토랑 팝업스토어’를 열고 운영에 나서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사업 외에도 선진포크와 주원산오리 등의 브랜드로 소고기와 돼지·오리고기 등 육류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치킨 업체들이 반려동물 사업에 눈독 들이는 이유로 사료 시장의 고급화가 꼽힌다. 주로 수입육을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반려동물 사료의 고급화로 최근에는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 치킨 업체로서는 그동안 홀치킨(치킨 한 마리)을 소비하던 수요가 북채(다리)와 육계(날개) 등 소위 콤보 메뉴로 옮겨가면서 골치 아팠던 재고 관리나 비인기 부분육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치킨 업체들의 재고 활용에 대한 고민은 최근 ‘개별 급속냉동육(IQF)’ 논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신선육을 사용하는 교촌치킨은 AI(조류 인플루엔자) 발발에 대한 대비책으로 2020년부터 육계 수급 불안정 시 IQF 방식으로 제조한 다리와 날개 등의 부분육을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IQF는 영하 29~38도 사이에서 식품을 개별 급속 냉동하는 방식으로, 한 번에 대량의 식자재를 천천히 얼리는 일반 냉동과 달리 식감과 영양이 신선육과 차이가 적다. 이 때문에 재고관리가 어려운 부분육을 사용하는 다수의 치킨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 업계 관계자는 “부분육으로 냉장 신선육만 쓰기에는 불안정한 수급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치킨을 사람에게 팔다가, 사료 시장이 고급화되면서 이제 반려동물로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치킨 업체로서는 가장 잘하는 분야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