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인수·인도 전문 보험회사 도입도 검토 중
금융당국이 동일그룹 안에서 CM채널(모바일, 홈페이지)을 중복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다. 교보생명도 자회사 라이프플래닛과는 별개로 인터넷보험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라이프플래닛의 향방이 애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온라인 영업이 제한됐던 기존 보험사의 CM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과 라이프플래닛, 한화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처럼 동일그룹 내 온라인판매 전문보험사의 존재로 채널이 분리돼 있는 경우 기존 보험사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게 된다.
기존에는 '1사1라이센스' 원칙에 따라 1개 계열 및 금융그룹이 각 1개의 생보사와 손보사만 설립해 운영할 수 있었다. 복수의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서는 교보생명과 한화손보가 각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보 등 인터넷 전문보험사를 별도로 설립해야만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단서 조항을 달았다. 향후 신규 보험사 허가 시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분리해 진입하는 형태는 허가를 지양하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진입형태로서 사업계획의 타당성이 미흡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번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보험사는 교보생명과 한화손해보험 이외에는 없게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교보생명이 굳이 라이프플래닛을 중복해 둘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둘째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10월 국내 최초 디지털 생보사로 출범한 이후 10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범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5년 이내 흑자 전환을 공언했었다. 이후 7년 이내 흑자 전환으로 목표를 수정했으나 아직도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이프플래닛을 교보생명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수년째 나오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교보생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라이프플래닛은 한화와 캐롯과는 상황이 다르다. 라이프플래닛이 얼마나 차별화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지만, 교보생명이 직접 온라인채널을 운용해보면서 라이프플래닛보다 더 잘되면 합병하는 수순이 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CM 채널 판매는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검토해봤던 사안은 아니다"라며 "향후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나 고객층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현재도 디지털환경에 익숙한 2030세대의 소비패턴과 요구에 부응해 보험상품 판매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고객 수요에 맞춘 차별화된 보험상품 공급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시도를 이어갈 것"고 부연했다.
라이프플래닛 관계자 역시 "채널 갈등 없이 소비자 친화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신상품을 출시했으며 설계사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원금보장 저축보험, 정기보험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 분석 서비스를 통한 보험상품 비교를 강화해 보험에 대한 불신 해소 및 보험시장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대한 1사 1라이센스 완화를 예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보험사에 대한 1사 1라이센스 허가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지난해 소액 단기 보험업(스몰라이센스)을 도입한 데 이어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소액·단순보상을 해주는 보험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자회사 보험상품도 모회사 전속설계사가 판매하도록 교차판매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허용해줄 전망이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가 삼성생명이 세운 자회사의 상품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은 보험회사의 부실화시 신속한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보험계약이전 제도를 개선하거나, Run-off(보험계약 인수·인도) 전문 보험회사를 도입하는 식이다.
계약이전이란 보유한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경우 2000년 계약이전제도를 도입, 지난해까지 총 300건 이상의 계약이전(사업이전)이 이뤄지는 등 보험사 구조개편에 해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