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은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2분기 반등 예측 전망
“고객사 재고 소진하는 내년 하반기 업황 회복할 듯”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D램 반도체의 출하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체의 연이은 감산으로 내년 하반기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반도체 업황 한파를 이유로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2022 회계연도 4분기(6월 3일~9월 29일)에 비해 약 20% 줄일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이와 함께 설비투자의 축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실적발표 당시 2023년 회계연도의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30%가량 줄인다고 발표했는데, 이보다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감산을 통해 올해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전년 대비 10~15%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이 내년 2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감산은 업황 회복의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수요 약세와 유통ㆍ고객사의 재고 확보로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세를 방어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은 내년 2분기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업황 저점은 수요 개선보다는 공급 축소에 기인한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메모리 혹한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 역시 전방위적으로 감산 및 투자 축소를 진행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감산 계획을 공식화하고, 업황 회복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D램 공급량은 재고 출하를 포함해 전년 대비 올해 4%, 내년 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편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하반기 메모리 시장에 초과공급이 있었지만, 단기적 수요 부진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이 아닌 ‘자연적인 감산’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표대로 공식적인 감산이 아니더라도, 설비 투자 속도 조절과 라인 효율화를 통해 캐파(CAPAㆍ생산능력)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감산으로 출하량을 조절할 경우 쌓여있는 고객사들의 재고가 점차 소진될 것”이라면서 ”재고 소진 이후 고객사들이 새로 주문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고, 그쯤 업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