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 하회
4분기 BSI 전망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필요”
다음 달 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4분기 BSI 전망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전망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20년 10월(84.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 지수는 올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BSI가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더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11월 BSI 실적치는 86.8을 기록했다. 올해 2월부터 10개월 연속 부정 전망을 보이며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12월 BSI 전망치를 4분기 기준으로 전환한 후 이를 과거 4분기 BSI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올해 4분기 BSI 전망치는 87.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7.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월 업종별 BSI는 제조업(83.8)과 비제조업(87.3) 모두 올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며 동반 부진했다.
제조업은 원자력과 조선기자재가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117.6)만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나머지 제조업 세부 업종은 모두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특히 비금속(73.3), 석유·화학(71.0)은 각각 전월 대비 14.9포인트, 11.8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낙폭이 컸다. 전자·통신(84.2)은 전월 대비 5.8포인트 하락하며 그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전자·통신(반도체 포함)이 3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한국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자·전기 산업의 부정적 전망은 국내 수출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제조업 업종 중에서는 주택 매수 심리 위축 영향으로 건설이 가장 부진했다. 12월 건설 BSI 전망치는 74.4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었던 2002년 5월(66.7)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건설은 분양시장 침체, 건설 원가 상승, 자금조달 어려움의 삼중고로 전월 대비 낙폭(13.4포인트)도 컸다.
12월 조사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 전망(△자금사정 86.8 △채산성 88.5 △투자 89.6 △내수 91.8 △수출 92.6 △고용 97.3 △재고 103.6)을 보여 지난 10월부터 3개월 연속 전 부문 부진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의 영향으로 자금사정(86.8) 전망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생산비용 압박과 국내외 경기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 재고 증가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국회에 계류된 법인세 감세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