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이런 근시적 거시적 그림을 그릴 때 특별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인구동향과 성향이다. 전체 인구가 늘고 줄고를 떠나 소비의 주축이 되는 세대와 그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거시적 그림에서는 미래 경제활동의 주축이 누구이고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에 대한 분석이 결정적이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Z세대(Z Generation)를 다룬 것도 이런 맥락이다.
모든 세대가 그 다음에 따라오는 세대를 이해 못 하겠다는 불평을 한다. 모든 세대는 그 세대가 소위 ‘젊은 세대’였을 때 이전 세대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기성세대가 만든 현상을 거부하려는 노력들이 항상 있어왔다. 이런 갈등이 가장 심했던 관계가 X세대(Generation X)와 밀레니얼(Millennial)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인터넷이라는 존재하지 않던 플랫폼과 이로 인해 그들이 커가면서 익혔던 정보전달, 세계화, 소통과 문화형성 방법이 서로 많이 달랐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이런 선상에서 흔히 Z세대는 밀레니얼과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여러 가지 다른 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히 이해해야 하는 차이는 두 세대가 사회문제에 관여하는 정도다. 특히 미국의 Z세대는 환경문제에 특별한 걱정과 관심을 가지며, 자신들이 기존 세대가 마구 뒤집어 놓은 문제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회정의, 기회의 평등, 인종문제, 각종 차별 등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뿌리 깊은 인종문제, 이민문제, 너무도 비싼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격차, 부(wealth)의 세대 유지, 그리고 그로 인한 특권들이 사실 생각보다 굉장히 심한 사회다.
인터넷은 이런 불합리한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소통수단으로 자라온 Z세대는 이런 사실들에 아주 어릴 적부터 노출되었다. 비교적 상승경제곡선에서 가진 것 없이 시작해도 재산축적이 가능했던 베이비부머(Baby Boomer)가 부모인 밀레니얼과는 달리, 9·11 테러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자신의 노력과 상관 없이 정치상황과 기득권의 잘못으로 휘청거렸던 X세대가 부모인 Z세대는, 자신의 부모가 얼마나 나약하고 위태롭게 사는지를 보며 컸다. 이에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존 사회구조와 경제구조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그 어느 세대보다 더 느끼고 분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다시금 어두어지는 세계경제의 시작점에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에 기존 세대, 기존 방식, 기존 사회문화에 대한 반발이 그 어느 세대보다 크다. 더불어 인터넷은 이들에게 집단행동을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주고, 테크놀로지가 거의 자기 피부 같은 이 세대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거나 진실하지 않은 사회기관이나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떤 세대보다 크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Z세대는 밀레니얼보다 가치와 태도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현저히 크다. 중국의 Z세대가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에 소비성향이크거나 돈에 대해 전혀 걱정 없이 소비를 하는 그룹으로 나누어진다면, 미국의 Z세대는 돈에 대한 태도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사실 미국의 Z세대는 같은 나이의 그 어떤 세대보다 저축을 많이 하고 빚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예를 들어 Z세대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이냐 물으면 대학을 빚 없이 졸업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미국이 저축이라는 관념 없이 미리 끌어다 쓰는 신용과 소비가 경제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으로 커온 나라임을 생각할 때 상당히 다른 성향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Z세대는 중국의 Z세대에 비해 그리 브랜드에 집착하지도 않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별로 없다. 중국의 Z세대가 명품시장을 움직이는 다크호스인 반면 미국의 Z시대는 브랜드의 이름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브랜드를 선택하는 성향이 크다. 이에 브랜드가 제시하는 톱다운(top-down) 트렌드보다 자신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트렌드를 만든다.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아메리칸이글(American Eagle)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인터뷰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표현이 “성공의 비결은 내려놓는 것(let go of control)”이라는 거였다. 인터넷이라는 소통도구의 특징이 글로벌 문화 형성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데, 아마도 서구에서 주류인 소셜미디어가 중국에서 통하지 않고 중국의 주류 플랫폼이 미국에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해서 그런 듯하다. 현 정치경제 상황을 볼 때 이런 차이점이 앞으로도 별로 줄어질 것 같지 않다. 중국과 미국은 현재도 미래도 한국에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이기에 앞으로는 더욱 확연히 다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