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의 상한제 조정안이 정부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 예고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직전 3개월간의 평균 SMP가 그 이전 120개월(10년)간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간 SMP에 상한을 둔다.
산업부는 5월 행정 예고안과 비교해 SMP 상한제의 적용 단가를 산정하는 산식에서 직전 10년 치 SMP 배율을 기존 1.25배에서 1.5배로 상향했다. 이에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상한제 적용 대상 또한 100kW 이상 발전기로 한정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발전 사업자들의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상한 가격 적용 정산금을 초과할 경우 연료비를 별도로 보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열 공급 발전기와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발전기도 포함된다.
다만 이런 개선안에도 규개위는 SMP 상한제가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1년 뒤에는 상한제가 일몰될 수 있도록 제도 수정을 권고했다. 이는 정부의 SMP 상한제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는 민간 발전사들의 저항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의 우려와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 시행에 단서를 단 것"이라면서도 "상한제가 규개위를 통과한 것은 전기요금 급등에 완충 작용을 하고, 전기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명분과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올해 한전은 연간 역대 최대 적자를 이미 경신했지만, 한전에 전기를 만들어 파는 대기업 계열 발전기업들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기 요금 인상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SK E&S·파주에너지)·GS(GS EPS·GS파워)·포스코(포스코에너지)·삼천리(에스파워) 등 4개 대기업 계열의 민간 발전 6개 사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1조4781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7579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회사별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GS EPS(4966억 원)의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다. 이어 GS파워(2502억 원), 파주에너지(2499억 원), SK E&S(2286억 원), 포스코에너지(2063억 원), 에스파워(465억 원)의 순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SK E&S의 영업이익은 지난해(740억 원)의 3배가 넘었다.
이들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사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전이 이들 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도매가격도 크게 늘었다.
이에 한전은 올해 1∼3분기 영업 적자가 21조8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 5조8542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사는 천연가스 직수입으로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공급받아 역대급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 및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또한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중부발전(-45억 원)을 제외하고 작년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그러나 한전은 2008년부터 정산조정계수 제도를 도입해 발전 자회사에 대해 한전과 재무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까지 이익을 규제하고 있다. 연료비가 치솟아도 도매가를 적절히 깎는 것이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이미 발전사업자에 대해 이익 상한을 설정하거나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발전용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또 스페인은 지난해 9월부터 비(非) 화석발전원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발전·석유·가스생산 기업에, 영국은 지난 5월 석유·가스생산 기업에 횡재세 부과를 결정했다.
나아가 최근 영국은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횡재세율을 25%에서 35%로 상향 조정하고, 발전사의 초과수익에 대해서도 40%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신재생, 원자력, 갈탄 등 저원가 발전원에 1MWh당 180유로 이하로 가격 상한을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