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내림세가 심상찮다. 서울 전셋값은 매주 매매가격보다 더 가파른 낙폭을 기록하면서 전셋값이 수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던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집값 하락으로 집주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찬 바람이 불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73%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0.59%)보다 0.14%포인트(p) 더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08%p 추가 하락한 –0.52%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전셋값 낙폭이 매맷값 낙폭을 앞지른 셈이다.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 하락에 대해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전세금 조달 비용 부담 증가로 전세 수요는 급감했지만, 매물 적체 상황이 심화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쌓여만 간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난 8월 27일 대비 52.3%(1만8061건) 늘어난 5만255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물 증가율 기준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강남구(58.6%)와 송파구(52.9%) 등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서도 서울 평균치를 웃도는 전세 매물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셋집이 쌓여가면서 전세 폭락 사례도 잇따른다. 서울 외곽지역은 물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요 단지에서도 심심찮게 확인된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12일 전세 보증금 8억9130만 원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의 전세 보증금은 최고 16억 원에 달했지만, 집값 하락에 전세물건이 쌓이자 최고가의 절반 수준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이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형 역시 이날 기준 전세 시세는 5억5000만 원부터다. 지난 18일에는 실거래가 기준 5억25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쓴 곳도 등장했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9월 최고 10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만약 지난해 최고가 수준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이 현 세입자와 재계약하려면,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기는커녕 오히려 4~6억 원가량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내년도 서울 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도 역전세난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날 아파트실거래가 앱 집계 기준 내년도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만2485가구다. 올해 2만3860가구와 맞먹는 규모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2020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집값 상승이 이어지자 갭투자자들이 대거 진입했다”며 “이때 계약한 전셋집 계약 만료 시기가 연말부터 한동안 계속될 텐데 전세금을 돌려주거나, 못 돌려주면 헐값에 집을 내놔야 할 집주인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