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손흥민을 그라운드에서 내쫓았던 앤서니 테일러 심판이 이번엔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에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고 종료 휘슬을 분 것에 항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외신들은 “심판의 행동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테일러 심판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가나와의 H조 2차전에서 주심을 맡았다. 2010년 EPL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13년부터 FIFA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테일러 심판과의 악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12월 토트넘-첼시의 EPL 18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손흥민이 상대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 경합을 벌이던 중 밀려 넘어지면서 양발을 뻗었는데 이를 보복성 플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파울에 관대하다. 경기 중 휘슬을 잘 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불쑥불쑥 옐로·레드카드를 꺼내 든다. ‘타노스 심판’이란 별명도 이 때문에 지어졌다. 실제 지난 시즌 EPL에서 경기당 0.18장의 레드카드를 썼다. 전체 심판 중 세 번째로 많았다.
이번 가나전에서도 테일러 심판은 우리에게 타노스 본능을 드러냈다. 가나에게 1점 차로 지고 있던 한국 대표팀이 막판 공세를 벌이던 중 코너킥 기회를 얻었는데, 테일러 심판을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가나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추가 시간을 잡아먹었는데도, 테일러 심판은 단 1분도 내어주지 않았다.
이에 발끈한 벤투 감독은 강력히 항의했고, 테일러 심판은 그런 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월드컵 1호 퇴장 감독’이 된 벤투 감독은 내달 3일 열리는 포르투갈전에 나오지 못한다. .
테일러 심판의 행동에 외신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BBC는 “한국은 종료 직전까지 코너킥을 얻어냈다”며 “테일러 주심은 휘슬로 한국의 희망을 뺏었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벤투 감독이 코너킥 문제로 항의하다가 퇴장당했고, 한국 선수들은 실망한 채 그라운드로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대표팀 출신인 클린턴 모리슨 역시 BBC 라디오에 출연해 “파울루 벤투 감독은 코너킥이 될 줄 알았던 만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벤투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나 같아도 똑같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도 “이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월드컵의 또 다른 파란만장한 경기가 이렇게 끝났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