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발행이 금지된 복수의결권 주식이 미국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은 벤처기업에 한해 발행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황이어서 조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2020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IPO(기업공개)한 기업들의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미국시장 IPO 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현황’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20.6%가 제도를 활용해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수의결권제는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의결권을 복수로 허용하는 것이다. 창업자가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의 창업자는 평균 29.9%의 지분으로 63.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전체 IPO 기업 중 미국 기업은 159개로, 이 중 22개 기업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13.8%)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IPO한 해외 기업은 64개로, 이 중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기업이 24개(37.5%)였다. 특히, 중국 기업은 미국시장에서 IPO한 30개 기업 중 20개 기업(66.7%)이 복수의결권주식을 도입하여, 복수의결권 제도 활용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복수의결권 도입이 금지돼있는 상황이다. 벤처기업의 경영권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법개정(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이 추진돼 지난 2020년 12월 발의됐다. 이후 2021년 12월 소관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
이 개정안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발행 요건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등 선진국보다 복수의결권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창업주가 경영권 우려 없이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복수의결권제도를 시급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번 정기 국회에서 입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중국ㆍ싱가포르ㆍ홍콩 등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기업의 상장을 허용한 사례에서 보듯이,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우리 주식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선진국에 널리 도입된 신주인수선택권(독소조항)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의 경영권 방어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