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리의 기준이 됐던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적용 금리)가 내년 7월 최종적으로 산출이 중단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은 대체금리로의 전환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산출이 중단되는 미국 달러 리보 관련 금융 계약의 전체 4만3572건(1178조4000억 원) 중 91% 가량이 전환 완료됐다. 금융당국은 잔여 계약 건수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종료 및 전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남아있는 계약의 경우 계속 독려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디케이트론과 같이 우리나라 단독으로 계약을 종료하거나 전환을 시킬 수 없는 계약들이 있어 향후 추이를 보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보기반으로 홍콩 금융회사 등이 참여한 신디론을 조달한 국내 기업의 경우 해당 금융사에서 "아직 해외에서는 달러 리보가 나오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보는 외화대출·파생거래 등 기준금리로 국제 거래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돼 왔지만, 지난 2012년 일부 은행이 허위 자료를 제출해 리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산출이 중단됐고, 내년 7월부터는 모든 리보 산출이 중단된다.
우리 금융당국도 리보 산출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민관 합동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리보 관련 계약을 대부분 종료하거나 대체금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TF 초반 한 달에 1~2번 가량 대응 회의를 가지며 대응에 나서왔지만 비(非)USD 리보 산출 중단이 순조롭게 완료되면서 올해 들어서는 분기에 한번씩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실무자들이 모여 최종 마무리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앞서 성공적으로 종료 또는 전환이 완료된 파운드·유로·엔화 등 비달러 리보 관련 계약의 경우를 보면 7월부터 산출이 중단되는 달러 리보 관련 금융 계약들도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리보 송출 완전 중단과 함께 리보를 대체할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RFR)을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간 리보를 대신해 만기별로 CD(Certificate of Deposit, 양도
성예금증서)금리, 코리보 금리(은행간 대출 금리), 국고채 금리, 우량회사채 금리 등이 지표금리의 역할을 나눠 맡아왔지만, 이들 역시 지표금리들의 금리 산정 구조를 들여다 보면 앞서 문제가 된 리보의 구조적 문제점들과 유사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CD금리의 경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시중은행들이 CD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각국의 금융시장을 관할하는 금융감독당국과 금리를 관할하는 통화당국 등이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미국의 'SOFR', 영국의 'SONIA', 일본의 'TIBOR'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위험 지표금리(KOFR)를 개발했다. KOFR는 장외 기관 간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에서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익일물 RP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조작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정식 산출 및 공시가 시작된 KOFR는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다.
올해 KOFR를 이용해 계산한 3개월 금리를 거래하는 3개월무위험지표금리선물을 상장했으며,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KOFR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올해 초 발행 예정이었던 KOFR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 등은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발행을 검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KOFR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막상 시장에서 수요가 없었다"면서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당분간 발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