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금시장 붕괴 후 가장 빠른 속도
인플레ㆍ긴축에 안전자산 몰린 탓
러시아 제재 후 신흥국 관심도 높아져
1일(현지시간)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3분기에만 금 400톤이 중앙은행들 금고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1월부터 9월까지 유입된 누적 매장량은 670톤에 달한다.
튀르키예는 5월에만 20톤 가까운 금을 사들였고 인도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대거 금 매입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금 매입 속도는 국제 금 시장이 붕괴했던 1968년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런던 골드 풀’로 불리는 당시 붕괴로 런던 금시장은 2주간 문을 닫기도 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치솟은 상황에서 금값이 하락한 점도 매수 기회로 작용했다. 올해 들어 금값은 3%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 그랬듯 금을 사는 건 달러 일부를 대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신흥국 시장의 달러 보유고는 대부분 실제 지폐가 아닌 채권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현 상황을 연준의 인플레이션 잡기에 베팅하는 대신 자산을 금으로 바꾸라는 신호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 매입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의 대러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3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더는 러시아 루블이 글로벌 금융 거래에서 취급되지 않자 튀르키예나 투르크메니스탄 등 그간 러시아와 자주 거래하던 신흥국들도 루블 대신 금 보유를 늘리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금 매입에 신흥국들이 대거 포함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루블을 외화준비금으로 보관하는 중앙은행은 거의 없다”며 “금은 러시아와 상당 수준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체 통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