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안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노후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의 대표적 규제 대못인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 줄곧 내림세를 기록 중인 서울 집값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시적 반등을 가져올 순 있어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선 올 하반기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노후 단지들이 예비안전진단 신청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에만 최소 4곳 이상이 재건축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연내 안전진단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부동산 경기 하락에도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고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강남구 일원동 ‘수서1단지’는 오는 17일까지 예비안전진단 신청서를 받아 이달 말 강남구청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영등포구 당산동 ‘양평현대2차’는 지난달 18일 영등포구청에 안전진단 요청서를 제출하고 예비안전진단 접수를 완료했다. 이 단지는 312가구 중 126가구가 동의(동의율 40.4%) 했다. 이 밖에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우성’과 금천구 독산동 ‘독산주공14단지’ 역시 지난 10월 관할 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렇듯 최근 부동산 시장 내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안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연내에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은 ‘구조안전성’ 평가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관할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최대 10%포인트(p)를 가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재건축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구조 안정성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했다. 이를 원래 수준인 20%까지 낮춰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수월하게 하는 셈이다. 구조안전성은 건물 기울기, 내구력, 기초 침하 등 아파트 구조에 대한 평가로 현행 기준상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아니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수도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규제 완화 등 시장 활성화 기대가 커지면서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는 일제히 호가가 뛰었고,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반짝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분석 결과 지난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2.8에서 대선 직전인 3월 첫째 주 8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당선 이후인 3월 둘째 주 87.5로 반등한 이후 5월 첫째 주 91.1까지 상승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 반전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일부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상계동이나 목동에선 일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서울 전역과 1기 신도시 전체까지 훈풍이 불긴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축이 더딘 건 안전진단 때문이 아니라 정부 마스터플랜 부재와 시장 상황 때문으로 단순히 안전진단 완화만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 역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발목을 잡는 다른 규제가 여전해 집값 반등이나 재건축 활성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