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 첫 비(非)오너가 출신 여성 사장 등극
LG, SK 연이어 女사장 발탁…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
삼성전자가 사상 첫 비(非)오너가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장을 배출했다.
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3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은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 사장은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광고마케팅 석사를 마쳤다.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를 거쳐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 전략마케팅실 마케팅팀장,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역임하며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며 고객 가치ㆍ경험 중심 회사로의 성장을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인정받아 2012년 삼성전자의 두 번째 여성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10년째 자리를 지키며 삼성전자 내 여성 사장 후보 1순위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삼성전자의 여성 사장 탄생은 여성 인력에 대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언급 이후 11년 만이다.
이 선대회장은 2011년 8월 그룹 여성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서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여성도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후 삼성 여성 임원들이 유리천장을 깨고 대거 승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매년 인사철마다 유리천장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2011년 연말 그룹 인사에서 삼성전자 첫 여성 부사장(심수옥 전 부사장)이 탄생한 이후 10년간 여성 사장은 없었다.
삼성전자는 견고했던 유리천장을 깬 이영희 사장이 최초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사장 승진과 관련해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LG그룹, SK그룹에 삼성그룹도 비 오너가 출신 여성 전문 경영인을 최초로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지난달 LG그룹은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 부사장을 사장(CEO)으로, 지투알 박애리 부사장을 CEO로 내정 승진하면서 4대 그룹사 중 최초로 여성 임원을 계열사 CEO에 임명했었다.
SK그룹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신임 대표이사로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내정했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하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0대 기업 대표이사 1350명 중 여성은 32명으로 2.4%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비오너가 출신 여성 전문경영인은 7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