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청과 함께 10월 15일 SK(주)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이 장관은 "판교 데이터센터의 경우 배터리 온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BMS)을 갖추고 있었으나 화재 발생 직전까지 화재에 대한 이상징후가 나타난 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온도센서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화재를 일찍 파악할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고, 향후 대책 마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조사에 따르면 SK(주) C&C는 2016년 리튬이온배터리를 설치한 뒤 특화된 방화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일부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물리적으로 완벽히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 배치돼 있었다. 또 화재 대비 매뉴얼은 있었으나 살수 상황, 발화 구역 등 실제 화재상황 수준까지 반영한 세부 대응계획과 모의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카오는 장애 복구에 127시간 33분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 및 관리도구'가 다른 데이터센터에 이중화돼있지 않아 대기(Standby)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했고, 서비스 장애 복구가 지연됐다. 일부 서비스 구성 요소도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핵심 기능이 판교 데이터센터에 집중된 점도 피해를 키웠다. 또 일부 서버, 네트워크 등 오류에 대비한 재난 대비 훈련 등 조치는 했으나 1개 데이터센터 전체가 일시에 불능이 되는 대형 재난상황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관은 "카카오에는 서비스 장애 복구 지연의 핵심 원인인 ‘운영 및 관리도구’를 비롯해 핵심 기능 등에 매우 높은 수준의 다중화를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데이터센터 전소, 네트워크 마비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훈련 계획을 세우고 모의 훈련도 실시하고 보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장애와 관련된 국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고 보상 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카오는 10월 19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총 19일간 공식 채널을 통해 접수된 피해 접수 사례가 10만511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계열사를 제외한 카카오 사례는 8만7198건이며, 무료 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주장한 내용은 약 1만3198건(15.1%)으로 집계됐다.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접수 건수는 1만4918건(17.1%)이고, 나머지는 금전적 피해와 관련 없는 문의, 의견, 항의, 격려 등으로 파악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들은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피해 복구와 재발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요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재난대응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사업자별 개선방안, 점검결과, 제도개선 등을 종합해 확고한 디지털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단기적으로 조치 가능한 사항은 각 사가 선제적으로 조치하도록 하고, 중·장기적 조치가 필요하거나 구체적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한 사안은 향후 조치 계획을 1개월 내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종합적 개선방안을 내년 1분기 중으로 수립할 계획"이라며 "3사가 제출한 조치결과 등을 받아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논의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등에 조치결과 등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강제력은 없다"면서도 "조치계획과 정보를 충분히 주셔야지만 향후 제도를 마련할 수 있고,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고였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성심성의껏 답변을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 배터리의 발화 원인 등을 밝혀지지 않았다. 국과수가 배터리를 수거해 조사 중인 상태다. 이 장관은 "관련 부처에서 정밀 조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결과에 대해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