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 정치경제부 경제전문기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발행하는 국고채 2년물과 통화안정증권(통안채) 3년물이 꼭 그 꼴이 된 듯싶다. 최근 기재부가 국고채 2년물 유동성 제고를 위해 통합발행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를 내자 다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기자에게 “두 기관이 자존심 싸움 그만하고 차라리 국고채 2년물과 통안채 3년물 발행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통합발행이란 일정 기간 동안 발행한 채권을 동일 종목으로 취급하는 제도다. 만기는 같지만 각각 발행날짜가 달라 별도 종목으로 취급될 경우 종목은 쪼개지고 물량은 적어 유통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다. 국고채 2년물을 예로 들면 1조원을 전후로 매월 한 차례씩 입찰을 통한 발행이 이뤄지는데, 최대 3개월(선매출 포함 시 4개월)이라는 시간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종목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기자는 2020년 10월 26일자 ‘국고채 2년물 발행이 단견일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데스크칼럼을 통해 국고채 2년물 발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근거를 곱씹어보면, 안정적 자금조달이라는 측면에서 국고채 만기물 장기화를 추진해왔던 그동안의 기재부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 단기외채 비중이 늘 수 있다는 점, 기업대출은 원활히 하고 가계대출은 옥좨야 한다는 당시 직면한 경제문제를 푸는 데 역행할 수 있다는 점, 한은의 고유 권한인 통화정책을 침범할 수 있다는 점, 통안채 발행과 겹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열거했었다.
국고채 2년물이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우선, 국고채 잔존만기 구조를 보면 국고채 2년물이 등장하기 전인 2020년 말 17.8%에 그쳤던 1년 초과 3년 비중은 2021년 말 18.8%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3년 초과 비중은 76.0%에서 74.5%로 줄었다.
2021년 4분기(10~12월) 26.0%까지 떨어졌던 총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1년기준) 비중도 올 3분기 26.8%까지 늘었다. 이는 외국인이 단기채권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 1년 미만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추이를 보면 국고채 2년물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직전인 올 2월 25.8%에서 올 10월 27.0%까지 증가했다.
국고채 2년물 발행으로 주요 공개시장운영 수단인 통안채 2년물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한 한은도 작년 5월을 끝으로 통안채 28일물 발행을 중단하는 대신 그해 9월부터 매월 1조원 전후의 통안채 3년물 발행을 시작했다. 기재부는 국고채를 3년물, 5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50년물로, 한은은 통안채를 28일물, 91일물, 1년물, 2년물로 각각 발행하면서 양 기관간 만기가 겹치지 않았던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결국, 같은 신용등급의 국고채와 통안채가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실제, 국고채 2년물 발행 이래 통안채 2년물과의 금리는 상호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중이며, 올 6월 15일엔 최대 0.167%포인트 차(국고채 2년물 3.572%, 통안채 2년물 3.405%)까지 벌어지기도 한 바 있다.
국고채가 통안채를 대체하는 구축효과도 발생 중이다. 국고채 2년물 발행을 전후로 각각 21개월인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와 작년 3월부터 올 11월까지 통안채 2년물 월평균 응찰률을 비교해보면 138.2%에서 129.1%로 떨어졌다.
연간 국고채 발행계획물량이 정해진 가운데 연물별 종목이 많아진 것도 부담이다. 기재부는 한정된 물량 안에서 많은 종목으로 쪼개 발행하는 문제가 있고, 국고채를 가장 먼저 인수하는 전문딜러(PD)들도 시장조성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짜리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입장에서도 공개시장운영 수단으로써의 통안채 3년물은 만기가 너무 길다.
기재부와 한은은 타협을 통해 계륵으로 전락 중인 국고채 2년물과 통안채 3년물을 과감히 버리는 방안을 추진하길 바란다. 특히, 먼저 시작한 기재부가 문제풀기에 나서주길 촉구한다.kimnh2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