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16강에 오른 모로코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침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7일 자정(한국시간) 치러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는 스페인에 승리해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2승 1무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계속되는 모로코의 맹진에 스페인은 16강을 끝으로 카타르 월드컵을 마무리해야 했다.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뒀으나, 이후 2014년 브라질 대회,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3연속 8강 진출 좌절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스페인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대파하며 전 세계의 기대를 모았지만, 뜻밖의 결과에 직면하게 됐다.
스페인의 부진은 경기 전반부터 조짐을 보였다. 스페인은 추가시간 포함 전반 45분간 슈팅 1개를 기록했다. 이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적은 전반 슈팅 기록이다. 120분에 걸친 이날 경기 전체를 따져보더라도, 스페인의 유효슈팅은 후반 말미 다니 올모의 슈팅 2개뿐이었다. 반면 상대적 약체 모로코는 견고한 수비력으로 스페인의 공격 시도를 막았다. 그간 4경기에서 모로코 대표팀의 실점은 자책골 단 한 번뿐으로, 모로코 수비진은 여태껏 상대 선수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전에 이르러 스페인은 후반 18분 마르코 아센시오와 가비를 알바로 모라타, 카를로스 솔레르로 교체하며 공격에 나섰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후반 23분 코너킥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모로코는 교체카드 5장을 모두 사용하며 맞섰다. 후반 16분 압데 에잘줄리를 투입하며 첫 선수 교체에 나선 뒤, 후반 37분 왈리드 체디라, 압델하미드 사비리, 야히아 아티야트 알라를 잇달아 교체 투입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서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스페인 다니 올모의 프리킥은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가 쳐냈으며, 연장 전반 종료 직전 모로코 왈리드 샷디라의 공격 시도는 스페인 골케퍼 우나이 시몬의 선방에 막혔다.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을 포함한 120분 동안 0-0으로 비긴 모로코와 스페인은 승부차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승부차기는 모로코의 손을 들어줬다. 모로코의 첫 번째 키커 암델하미드 사비리와 두 번째 키커 하킴 지예흐는 무난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스페인 첫 번째 키커 사라비아의 슈팅은 오른쪽 골대를 빗맞았으며 두 번째 키커 솔레르의 볼은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우에 붙잡혔다.
모로코 세 번째 키커인 바드르 바눈이 골에 실패하며 잠시 위기가 찾아오는 듯했지만,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이자 주장인 세르히오 부스케츠 역시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 모로코의 마지막 키커 아슈라프 하키미가 골키퍼를 혼란 시켜 골대 가운데로 공을 차 넣으며 모로코의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스포츠 기록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이로써 스페인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한 스위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국가가 됐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승부차기에서만 네 번 패배한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도 얻게 됐다.특히 직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러시아와의 승부차기에 패배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모로코와의 경기도 승부차기에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