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여느 때보다도 똘똘 뭉친 대표팀의 분위기와 팀워크 덕분이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고, 1~2명의 슈퍼스타가 언제나 승리를 가져다줄 수는 없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주요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조규성, 김진수, 정우영 등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낸 선수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7번째 선수로 카타르에 간 오현규도 있었다.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고무적이지만, 체질 개선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이 소수의 슈퍼스타에 기대를 거는 우리나라보다 대표팀 대다수가 유럽파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의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전체적인 구성원의 전력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큰 기업만으로는 산업 전체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명실상부 국내 자동차산업의 자랑스러운 슈퍼스타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완성차 기업 중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반인 대다수의 부품 기업은 시간이 조용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대비할 여유와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 기업 중 72.6%는 미래차 대비에 ‘현재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계획이 없는 기업 중 과반수가 미래차 분야로 진출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나 자금 부족(42.5%), 정보 부족(32.2%) 등을 이유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전기차 전환에 따라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엔진, 동력전달 등 관련 기업이 부품 기업의 40%를 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부품 기업의 최소 10%, 최대 40%가 미래차 전환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는 고스란히 관련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고, 자동차산업의 인력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국내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도와 그들이 현대차그룹과 함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카타르 여정을 마친 27명의 대표팀처럼, 완성차·부품 기업 모두가 각자의 경쟁력을 갖춰 16강보다 더 높은 곳에 도전하는 생태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