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좋은 입지에, 최대 규모를 공급해 주목받았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성적표는 기대와 달리 저조하다는 평가다. 이 단지는 향후 분양시장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로 꼽혔던 만큼, 분양을 앞둔 서울 단지들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1순위 당해지역(서울시 2년 이상 거주자) 청약 접수결과 전체 3695가구 모집에 1만3647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3.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 타입에서 미달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용면적 29㎡(12.8대 1)를 제외한 모든 타입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치면서 성적이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다. 전용 39㎡형은 전체 541가구 모집에 560명이 신청하면서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 기대감이 컸던 전용 59㎡형 역시 평균 4.9대 1의 경쟁률로 저조했다. 앞서 5일 진행했던 특별공급 역시 전용 49㎡ 다자녀 가구 유형, 전용 39㎡ 신혼부부 유형 등에서 미달 물량이 생기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순위 당해지역 청약률만 봤을 때는 시장 기대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며 “선호도가 떨어지는 타입에서는 일부 무순위 청약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준 강남급 입지에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격으로 책정돼 앞서 ‘10만 청약설’이 돌 정도로 기대감이 컸다. 서울 내 대표성도 갖춘 단지라 향후 분양시장 분위기를 점쳐볼 수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시장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에 분양을 코앞에 둔 다른 서울 단지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9일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내고, 곧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단지는 강동구 길동 160번지 일대 신동아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2층~지상 33층, 8개 동, 전체 1299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이중 전용 59㎡형 21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2946만 원대로 정해졌다. 이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가였던 3829만 원 대비 884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이에 전용 59㎡형의 경우 6억5000만~7억7000만 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 가구가 12억 원 이하로 책정되면서 중도금 대출 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서울지하철 5호선 길동역과 굽은다리역이 1㎞ 이상 떨어져 역세권 입지는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서는 ‘마포 더 클래시’가 분양에 나선다. 이 단지는 최근 분양가심사 결과 3.3㎡당 평균 4013만 원으로 책정됐다. 강남권을 제외하고 3.3㎡당 분양가가 4000만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전용 84㎡형의 경우 13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단지는 전체 1419가구 가운데 53가구가 후분양된다. 입주 기간은 내년 2월 5일까지로, 조합원들은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후분양인 만큼 입주 기간이 짧아 잔금 마련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이외에도 성동구 행당동에서는 행당7구역을 재개발한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이 전체 958가구 중 15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도 전체 752가구 중 454가구에 대해 분양에 나선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둔촌주공이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한 가운데, 연말에도 소규모 가구가 분양이 예정돼 있다”며 “금리나 대출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분양가가 인근 단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된 곳들에서는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