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해외 클라우드에 저장된 거래 내역 증거 능력 없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내에서 거래량을 부풀려 자전거래 혐의를 받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에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거래량을 부풀리는 데 활용된 허위 계정의 거래 내역 등 주요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7일 오후 송 의장을 비롯한 두나무 임직원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거래내역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절차적 위법이 영장주의 내지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공소사실 증명 여부에 대해 판단할 때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송 의장 등 피고인들은 2017년 7월부터 12월까지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봇 계정을 생성해 연달아 매수·매도 주문이 일어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실물 입고 없이 가상자산을 제출해 일반 회원이 주문 제출한 것처럼 거래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코인을 매도했고, 이에 속은 회원들이 허위 계정으로부터 코인을 매수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자전거래가 일어난 코인은 비트코인을 포함해 총 35개로, 거래 규모는 4조2000억 원 상당이다. 매매대금은 1491억 원이며 이렇게 얻은 거래 수수료는 7400여만 원에 이른다.
문제는 거래 내역의 수집 과정이었다. 재판부는 자전거래에 활용된 허위 계정인 ‘ID 8번’ 계정의 거래 내역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거래 내역을 압수수색할 당시 영장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정보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2018년 5월 10일 역삼동 미림타워 내 두나무 사무실에서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등을 진행하며 거래내역이 기록된 데이터베이스(DB) 장소가 해외 아마존 클라우드인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검찰은 임직원들에게 컴퓨터에서 아마존 클라우드에 접속하게 해 8번 계정의 거래내역을 컴퓨터에 내려받는 작업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사 스스로 “영장청구서에 압수수색 장소 제목으로 두나무주식회사 사무실 및 전산 서버라고 기재했다. 그럼에도 압수수색 영장에 아마존클라우드에 저장된 업비트 데이터베이스에서 8번 거래 내역을 압수했다”면서 “이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거래 내역에 존재하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피고인의 진술과 또 다른 주요 증거인 남승현 재무 이사의 노트북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남 재무이사의 노트북에 및 USB에 있는 6999개를 압수해 ‘자산지급 요청서’를 확인했다. 피고인들이 거래량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작성한 내부 결재 문서다.
재판부는 “(압수수색이) 허용됐다 하더라도 문서 출력이나 파일 복제. 저장 매체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돼야 함은 당연하다”면서 “혐의 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 원칙에서는 위법한 압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 후 송치형 의장은 이석우 대표와 함께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송 의장과 이 대표는 연이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두나무 측은 “당사 임직원의 무죄 선고와 관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