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배당주’ 비중 높였으면…운신의 폭 생길 수 있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유승창 KB증권 센터장은 “한차례 코스피가 2100선까지 내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KB증권이 전망하는 내년 코스피 고점 예상치는 2610으로 현재 2300~2400 정도와 비교했을 때 업사이드(Up-side)가 200~300 남짓이다. 그만큼 시장이 내년에도 정상화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유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전망은 2610 정도로 본다”면서 “보수적인 전망은 아니고, 주요 증권사 평균도 2500~2600으로 비슷할 것이다. 사실 업사이드가 별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는 기업들의 이익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올해보다 내년 상반기가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차례 2100선 까지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 증시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면서도, 증시 상승의 큰 장애요인으로는 국내 크레딧 리스크, MBS 매각 이슈를 꼽았다.
유 센터장은 “우리가 현재는 모를 뿐 어떤 무언가(크레딧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은 해야 한다”면서 “긴축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보면 금리를 빠르고 강하게 올리고 난 이후에 6개월 ~ 1년 뒤에 크레딧 리스크 관련 문제가 일어났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내년 하반기에 금리 상승이 완화되면 주택저당증권(MBS) 매각이 일정 부분 고려될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너무 빠르게 올라 못했을 뿐 매각 이슈는 남아있어 금리는 중간중간 변동성이 생길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전했다.
한편, 유 센터장은 올해 가장 큰 증시의 특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낮아져있던 금리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기대했지만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이 변수가 생각보다 많은 여파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유 센터장은 “생각보다 물가가 빨리 뛰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다 보니 각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급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연히 시장도 안좋은 형태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은 속도의 문제인데, 올해 증시 환경이 나빠진 것은 (긴축)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이 문제”라면서 “최근 한두 달 사이엔 시속이 완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정상으로 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유 센터장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증시 섹터와 종목으로, 2차전지와 LG에너지솔루션, 성일하이텍을 각각 꼽았다. 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LG화학 사업부에 있을 때 10년 넘게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한 부분에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시가총액 100조 원이 넘는 기업이 생겼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성일하이텍의 경우엔 “폐배터리 리사이클 회사로 현재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장 후 최고 2배 이상 올랐다”면서 “투자한 사람 모두 이익을 보고 회사도 자금을 확보해서 좋은 선순환의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어려운 시장을 겪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당주’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 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업 이익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배당(률)이 워낙 낮아서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또 그는 “종목에 대한 스터디를 많이 하고 장기투자를 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내년에도 변동성 있는 장이 열릴 것이기에 일정 부분의 현금을 보유해야 마찰적 요인이 발생해 하락할 때 운신의 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