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만든 대표적인 ‘김치코인’ 위믹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상장 2년 2개월 만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계획된 유통량보다 훨씬 더 많은 코인을 발행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중요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 불신이 생긴거죠. 개인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특성상 정확한 위믹스 보유자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개미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 발치서 위믹스 상장폐지 소식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바로 위메이드의 간판작 ‘미르M’을 손꼽아 기다려온 유저들입니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임을 하면, 현금화 가능한 ‘위믹스’를 받을 수 있는데요.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가 자사 게임 플랫폼에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암호화폐입니다.
구체적인 P2E 방법은 이렇습니다. 위메이드가 서비스 중인 게임 ‘미르의 전설2·3·4’와 ‘미르M’을 플레이하면 게임 내 자원 ‘흑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유틸리티 토큰 ‘드레이코’로 바꾸고, 드레이코를 다시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죠. 이때의 거래는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지갑 ‘플레이 월렛’에서 이루어집니다. 이곳에서 교환한 위믹스는 최종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실제 돈으로 바꾸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위믹스가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것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 구축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게임 자산 현금화가 금지돼 있지 않은 해외에서는 ‘미르4’를 플레이해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죠.
미르 IP의 독자적 유명세도 ‘미르4’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습니다. 2001년 무협 MMORPG라는 독보적 콘셉트로 출시된 ‘미르의 전설2’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크게 사랑받으며 ‘게임 한류’의 원조라 불렸습니다. 미르 IP의 전통성을 그대로 따른다는 ‘미르 트릴로지(미르4·미르M·미르W)’에 기대가 쏠렸던 이유입니다.
7일 확정된 위믹스 상장 폐지로 위메이드가 내세우는 P2E 시스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닥사는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회원사에 제출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죠. 또 “부정확한 유통량 정보에 관해 투자자들에 적시에 명확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확인되었다”고도 얘기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소명 자료를 제출했지만 DAXA는 소명 역시 부족했다고 보았고, 지난달 24일 상장 폐지를 통보했습니다.
상장 폐지 효력 정지를 위한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 또한 효과가 없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7일 위믹스의 가처분 신청 3건을 모두 기각했죠.
이에 8일 오후 3시 DAXA 회원 거래소 중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고팍스를 제외한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위믹스 거래가 종료될 예정입니다.
내년 1월부터는 위믹스의 출금 지원도 종료됩니다. 전체 거래 중 약 90%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형적인 ‘김치코인(국내 발행 가상화폐)’ 위믹스는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위메이드가 앞세워 온 ‘인터 게임 이코노미(Inter-game Economy)’ 패러다임 기반 게임 생태계 구축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 게임 이코노미’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 토큰 등 가상 자산과 NFT를 통해 게임들의 경제 시장을 연동하고, 자체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플레이 월렛’은 이를 위한 플랫폼이죠.
위메이드는 ‘미르4’나 ‘미르M’은 물론, 위믹스가 인수했던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등 27개 게임을 위믹스 플레이에 온보딩하며 생태계 확장에 애써왔습니다. 더 많은 게임이 플랫폼에 입점할수록, 위믹스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믹스 상장 폐지로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해외 진출은 가장 확실한 선택지입니다.
‘미르의 전설2’는 일찍이 ‘게임 한류의 원조’로 불리며 해외 게임 시장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무협 중국 게임 시장에서는 2004년 점유율 65%를 달성하고, 동시접속자 수 80만 명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미르4’는 기세를 이어받아 2020년 국내 서비스에 이어 2021년 8월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아시아·유럽·북미 11개 서버로 시작해 두 달 만에 인도·남미·중동 및 아프리카 등 181개 서버로 확장했죠. 지금은 17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후속작 ‘미르M’ 역시 전 세계 발매를 위한 글로벌 버전 사전 테스트(CBT)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위메이드가 내세우는 P2E 시스템이 불안해진 것은 세계 시장 점유에도 치명적입니다. 아직 국내 4개 거래소만이 상장 폐지를 결정했지만, 해외 코인 거래소의 동향 또한 주시해야 하죠. ‘내수코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난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