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학군지 아파트 전셋값이 반토막 났다. 보통 연말이면 겨울방학을 앞두고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 대표적인 학원 밀집 단지는 전세를 구하려는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부동산 한파에 전셋값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집값 하락 우려가 확산하자 전셋값이 맥을 못 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분석 결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28일 3억65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11월 최고 6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일 년 만에 2억8500만 원 하락한 셈이다. 현재 해당 평형의 전세 호가는 4억 원부터로 지난달 실거래가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가 전세물건이 쌓여 추가 가격 하락도 우려된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세 보증금도 줄곧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형은 7일 전세 보증금 5억 원에 실거래됐다. 최고 계약금도 7억200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은 9억20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쓴 것과 비교하면 2억~4억 원가량 전세 시세가 하락한 것이다.
‘강북 대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역시 전셋값 약세다. 중계동 건영3차는 10일 5억75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전세 보증금 실거래가는 8억6000만 원으로 최근 전세 보증금 대비 2억8500만 원 비쌌다.
학군지 전세 외면은 매물 적체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전세 물건은 강남구 12.4%(7320→8231건), 양천구 11.7%(2020→2257건), 노원구 3.9%(2990→3109건) 증가했다. 강남구와 양천구는 각각 서울 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 물건 증가율 4위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렇듯 서울 학군지 전셋값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연말 성수기에도 오히려 하락 중이다. 일반적으로 연말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 전입을 노리는 수요가 급증한다. 하지만, 올해는 고금리 기조에 경기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학군지 전세 수요가 끊겼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한 학부모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강남지역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며 “전셋값이 많이 내려가 조금 대출을 받으면 들어갈 수 있지만, 고금리도 부담스럽고, 목돈을 전세에 묶어두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학군 때문에 전세를 찾는 상담 전화가 줄었다”며 “전세 시세를 알아보곤, 전셋값이 더 내릴 것 같으니 기다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