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 및 공급망 강화해 실적 개선 속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업황 반전 나타날 전망
DDR5 개화 맞춰 기술 개발 및 투자도 진행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한파’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미래에 초점을 둔 조직 개편으로 시장 불황을 돌파하고, 업황 반전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준비 태세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미래 전략 산하에 ‘글로벌 전략’을 신설하고 ‘글로벌 오퍼레이션 TF’(태스크포스)를 CEO(최고경영자) 산하에 구성했다. 또 ‘GSM’(Global Sales & Marketing) 조직을 글로벌 세일즈와 마케팅ㆍ상품기획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생산시설 전개, 지역별 이슈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각국 정책 변화를 점검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도 반영된 것처럼 글로벌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또 미래기술연구소를 통한 차세대 기술 개발도 전념 중이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유독 ‘글로벌’에 집중하며 위기 대응 진용을 갖춘 것은 D램, 낸드플래시 등 자사의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액(약 36조9495억 원) 가운데 중국,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약 36조 원)에 달한다.
최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스퀘어 부회장이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 등 SK ICT(정보통신기술) 연합의 첫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자리에선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국가별 리스크 및 기회 요인 점검, 생산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수출 위주의 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시 경제 상황에 민감한 만큼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조직 개편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재고 수준이 과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앞서 10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 축소, 감산 기조 유지로 시장의 수급 밸런스를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글로벌 세일즈와 영업망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현재 쌓인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SK하이닉스에 쌓인 재고는 14조6649억 원 수준이다. IT 수요 둔화, 메모리 가격 하락 등 반도체 한파를 정통으로 맞은 영향이 컸다. 2021년과 2020년에는 각각 8조9166억 원, 6조1363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하반기에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 내년 1월 인텔이 차세대 D램인 DDR5를 탑재할 수 있는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면서 하반기쯤 D램 수요가 본격 확대될 수 있어서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10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서버 고객의 DDR5 전환 확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관련 생태계가 갖춰지고 고객의 대기 수요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8일 세계 최초로 최고속 서버용 D램 ‘DDR5 MCR DIMM’ 샘플 개발에 성공하는 등 관련 투자 및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DDR5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B2B(기업 간 거래)다 보니 서버용 CPU에 맞는 DDR5를 팔 때 관련 업체 발굴, 고객사 니즈 확인 등과 같은 영업 전략이 중요하다”며 “삼성과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기술력 어필은 물론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가격 전략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