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불투명, 위기 극복 해법 마련 집중
이재용 회장 취임 첫 회의…각 부문장이 주재
삼성전자가 오늘부터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집중 점검한다.
삼성전자는 15일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전사ㆍMX(모바일경험)사업부를 시작으로 16일 VD(영상디스플레이)ㆍ생활가전사업부의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달 22일에는 DS(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전략회의가 예정됐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에 국내외 임원들이 모여 사업 현안을 공유하고 계획을 논의한다. 12월에는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선임된 새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을 포함해 240여 명이 온ㆍ오프라인으로 모여 인사를 나누는 등 상견례 성격이 더해진다.
이번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각 주관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회의인 만큼 이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사건 재판 일정과 그동안 참석 전례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TVㆍ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력 사업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복합 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혹한기'를 맞은 DS부문은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년 만에 8조 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효과가 끝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 위축 등 전방산업이 흔들리면서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육성 전략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감산 없이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과 얼마 전 양산한 3나노미터 첨단 공정의 수율 향상 및 안정화 전략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뉴삼성'의 근간으로 제시한 기술력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TV·가전ㆍ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원자재가ㆍ물류비 상승, 인플레이션, 고금리, 수요 위축 등 불안한 시장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TVㆍ가전 부문은 전체적인 수요 감소에도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바일 부문은 내년 1분기에 선보일 갤럭시 S23 시리즈와 하반기 폴더블폰 출시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각종 지출을 줄이며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삼성전자의 이번 전략회의도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