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비율 높여 당선 가능성 높이자는 취지
나경원·유승민 등 상위권 후보들 “당심 100% 반대”
나경원,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정치권 분석
유승민, 전당대회를 거쳐 ‘반윤계 수장’으로 차기 대선 넘봐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출 방식으로 당원 투표 비율 100% 확대안이 급부상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논리가 확산하면서 현행 ‘당원 70%, 국민 30%’ 비율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셈법이 분주해졌다.
당심 반영 비중을 높이자는 쪽은 권성동, 김기현, 조경태 등 친윤계 의원들이다. 김 의원은 14일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 공부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여러 차례 말했지만 선수가 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원론적으로는 당원 의사가 잘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반드시 100% 당원 경선으로 치러져야 한다”며 “당의 주인은 당원이기 때문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당원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도 이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당 대표 선거는 당원의 뜻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게 좋겠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100% 당원투표로 당 대표를 결정해도 무방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하위권 후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당심의 비율을 높여 당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1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선 룰에 있어서 당원들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상위권 후보들은 속내가 다르다. 친윤계 주자로 분류되는 나 부위원장의 경우에는 민심 비율에서 나타날 역선택 가능성을 방지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당원투표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포럼에서 “룰을 바꾸는 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방식 변경에 반기를 들고 있다. 그는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승민 한 명을 이겨보겠다고 지금 전대 룰인 7 대 3을 9 대 1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삼류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국민들께서 그렇게 하는 국민의힘을 보고 얼마나 찌질하다고 생각하시겠냐”며 비판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셈법도 변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에 대해 “여론조사에서 아무리 해도 친윤계 후보들이 못 이긴다면, 그때 고민해 볼 수 있는 카드가 나경원 의원이 아닐까”라며 “어쩌면 나경원 의원이 그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평했다. 하위권에 머무르는 친윤계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윤심은 나 부위원장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유 전 의원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유승민 의원이 어느 순간 출마 생각을 밝히지 않겠냐”고 말하면서도 “본인도 진다는 걸 알 것이다. 알면서도 나와서 비윤계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다음 대선을 꿈꾸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나갔으며 지난해에도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3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