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부-팀 체계 중 본부만 남겨 수족 잘린 상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의 2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최근 단행된 항우연의 조직개편을 통해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되는 데 따른 항의성으로 분석된다.
15일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또 부장 5명도 항우연에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고정환 본부장 사퇴 서류를 보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사퇴를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오후 고 본부장과 이상률 항우연 현 원장을 불러 양측의 주장을 들었으나, 의견 조율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12일 조직개편을 통해 ‘발사체연구소’를 새로 설립하고 관련 조직을 통합했다. 통합 조직은 내년 누리호의 3차 발사를 맡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과 ‘차세대발사체사업단’, ‘소형발사체연구부’ 등으로 구성됐다. 발사체연구소를 총괄하는 자리에는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을 발사체연구소 소장으로 임명했다. 항우연은 조직개편의 배경으로, 간부직 축소와 대부서화 등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공공기관 생산성ㆍ효율성 제고를 위한 혁신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발사체개발사업본부 내 15개 팀 조직은 폐지돼 상위 부서로 흡수된다.
고정환 본부장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가 따로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퇴서를 통해 “기존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이는 정부의 ‘한국형방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 제3조에 규정된 연구개발조직 추진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정환 본부장이 속한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는 누리호 이전 나로호(KSLV-1)가 1,2차 발사에 실패한 뒤 정부가 직접 관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리호는 현재 2차 발사 성공 노하우를 통해 3차 발사체 조립이 끝난 상태”라며 “본부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당장 3차 발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앞으로 이어지는 일정에는 불가피하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