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행령 설치기구 예비비 편성 불만
野, 대통령실 눈치보기 비판…‘단독수정안 처리’ 만지작
여야는 16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합의 도출을 위해 협상을 이어간다.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 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날 중재에 나섰지만 여당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길어지는 협상 일정에 야당은 ‘예산안 단독수정안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며 압박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법인세 문제로 지금 해외 직접 투자 전쟁이 벌어진 상황서 겨우 1%p 내리는 것만 갖고는 도저히 해외 투자자나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예산안 처리 최종 연장 시한이던 전날 의장의 중재안에도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전날 김 의장은 여야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자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1%포인트(p) 내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전액 삭감하되 일단 예비비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채택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전격 수용 입장을 밝혔으나 국민의힘은 법인세 외에도 임대주택·지역화폐·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예산 등 다른 쟁점 이견 해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에 있어서 여야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대단히 많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이외에도 6~7가지가 더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경찰국이나 인사관리단은 현재 적법하게 활동하는데 이 예산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 기관의 신뢰를 결국 국회 예산 자체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쟁점 예산) 5억원 때문에 이러느냐고 하지만 민주당이 새 정부가 하는 경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 관리, 국가적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 문제 등을 다 위법하게 낙인 찍는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전향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 끝에 민주당은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결단했다”며 “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법인세 1%포인트 인하를 받으려고 지금까지 이러고 있겠냐며 예산 심사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또다시 국회 협상을 폄훼하고 어깃장을 놨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따를 거라면 삼권 분립은 왜 있고 민주주의는 왜 하는 거냐”라며 “여야 협치로 예산을 처리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지키는 게 정녕 더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집권 여당이 이번 만큼은 모든 결정 권한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협상에 임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단독수정안 처리’ 카드도 거론하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안을 정부 뜻대로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걸 부결시켜서 준예산으로 갈 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이 수정안을 준비해 놓고 최후에는 그 카드를 쓰겠다고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여야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의장 중재안을 제외한) 세부사항은 아직 협의가 안 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오늘은 추가로 협의가 필요하다”며 “협의를 해봐야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