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와 다른 양상 속에도 시장 우려는 계속
美 정부 규제 칼날, 바이낸스 향해…“FTX 사태 후유증”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의 해명에도 바이낸스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규모 인출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불투명한 재무 구조와 조여오는 정부 규제 등 바이낸스가 마주한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바이낸스 인출 속도는 느려졌다. 블룸버그는 디지털자산 분석 플랫폼인 난센과 크립토 퀀트를 인용해 13일 이후 발생한 대규모 출금이 둔화 중이라고 보도했다.
난센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바이낸스에서는 24시간 동안 2억 3900만 달러가 빠져나갔는데, 이는 지난주 일 평균 2억 7200만 달러보다 12% 감소한 수치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3279개가 인출됐는데, 이는 이틀 전 최고치 4만353개보다 8배 줄어든 규모다.
창펑자오 CEO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며 “우리는 루나·테라 사태나 FTX의 파산 이후 더 많은 인출을 겪은 적도 있다. 현재는 자금이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3일 하루에만 11억 4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는데, 그는 “이는 지금까지 처리한 출금 중 최대 규모가 아니며, 실상 상위 5위 안에도 안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오 CEO는 14일 투자자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AMA(ASK Me Anything)를 통해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다량의 출금이 바이낸스에 집중되면서 공포 심리가 확산했다”라면서도 “상황은 진정됐다”며 “바이낸스 현금 자산은 다른 업계 내 다른 기업보다 많다”며, “암호화폐 및 현금 자산을 공개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낸스를 향한 시장의 의문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바이낸스의 지배·재무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창펑자오 CEO는 바이낸스가 자산 준비금을 1:1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7일 바이낸스가 공개한 준비금 증명 보고서에는 부채가 자산보다 3% 많다.
또 FTX 파산 신청 직전까지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가 트위터를 통해 투자자를 안심시킨 것 역시 고객 불안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샘 뱅크먼 프리드먼 CEO는 11월 트위터를 통해 “FTX는 괜찮다, 우리는 고객 자산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파산 신청 후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현재 바이낸스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하인리히 법칙 같다”고 분석했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작은 사고와 잠재적 징후가 선행된다 법칙이다. 1건의 큰 사고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가 나타나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테라-루나, FTX 사태 때도 파산 붕괴 직전에 출금 정지라고 하는 이상 시그널을 공통되게 보여줬다”면서 “바이낸스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는 건 아니지만, 조짐으로 봤을 때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큰 위기가 오기 전에 하나의 사고로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요소가 구조적으로는 마련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낸스와 FTX의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바이낸스의 BTC 보유량은 8% 줄어들었지만, FTX 사태 이후 24%가 늘었다”면서 “FTX와 바이낸스의 스테이블 코인 적립금을 비교하면 FTX는 뱅크런 이전부터 93% 빠져있었고, 외부 알라메다 등 지갑과 돈을 교환해 차트가 요동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바이낸스는 요동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조여오는 가운데, 바이낸스가 본사 위치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도 우려를 키운다. FTX가 미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바하마로 본사를 옮겼던 것처럼, 바이낸스 역시 내부적으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바이낸스 측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바이낸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유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이 FTX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바이낸스가 중국 정부 지원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