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 금 보유 늘리는데 한은 10년째 제자리…보수적 운용+김중수 트라우마

입력 2022-12-18 11:05수정 2022-12-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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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전세계 중앙은행 금 매수 규모 역대 최대폭, 전체 금 보유고도 48년만에 최대
한은 금보유량 전 세계 중앙은행 중 38위 그쳐…“매입 적기” vs 한은 “매입할 때 아냐”

▲골드바. 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안전자산인 금을 매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만 10여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18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규모는 399.3톤에 달했다. 이는 세계금협회가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올들어 9월까지 순매수규모도 673톤에 달해 1967년 이후 연간 순매수량을 넘어섰다. 4분기에도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 한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전체 금 보유분 역시 3만6747톤으로 1974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금융센터)
이같은 금 보유 확대는 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 3분기 중 터키가 31.17톤을 순매수해 가장 많은 규모를 사들였다. 이어 우즈베키스탄(26.13톤), 인도(17.46톤), 카타르(14.77톤)가 그 뒤를 이었다.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금을 상당량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서는 이유는 우선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안전자산으로써 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금협회가 올 4월 57개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1개국 중앙은행들은 금 매수 이유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꼽혔다. 통상 금 수요와 인플레이션은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인플레 심화에 따른 화폐가치 및 구매력 하락을 금 매입을 통해 헷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가장 많이 금을 매수한 터키의 경우 리라화 가치 폭락과 함께 10월 기준 85.5%로 24년래 최고치를 경신 중인 물가상승률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세계금협회)
이밖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늘어난 바 있다.

김희진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준비금을 축적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안전자산, 장기적인 가치 저장소, 인플레 헷지,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서 금의 위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4년초 미 연준의 금리인하 조짐 등으로 인해 내년 4분기엔 금값이 상승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은이 금을 매입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2013년 2월 20톤 매입을 끝으로 현재까지 추가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김중수 전 총재 재임시절이던 2011년 7월 25톤을 시작으로 2013년 2월까지 총 90톤을 매입한 바 있다.

한은의 현재 금보유 규모는 104.4톤(달러환산 장부가 기준 47억9000만달러)에 그친다. 이는 전세계 100여개 국가중 38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이 4700억달러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하반기엔 1.0%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104.4톤으로 늘렸던 2013년 2월 1.5%가 역대 최대 비중이었다.

이현호 한은 투자운용부장은 “주요국 대비 금 보유 규모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최소화 수준에는 도달해 있다. 외환보유액 운용목표가 안전성, 유동성, 수익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안전성 측면에선 매력적 상품이긴 하나 유동성과 수익성에선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매입후 가격이 떨어질 경우 운용능력에 대한 신뢰성 등 한은에 대한 평판도 문제될 수 있다. 과거 김중수 전 총재 재임 당시 고가매입에 따른 손실 논란이 있었던 것도 그간 소극적으로 운용했던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후 국내 외환보유액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중이다. 강달러가 되면 금 가격이 내려가고 최근 동향도 강달러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금 매입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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