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크런치모드 부활 우려…신작 가뭄 일부 게임사 근로 유연화 환영
“사람을 게임에 갈아 넣던 ‘크런치모드(개발 업계에서 마감기한에 임박해 밤샘 근무 등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의부활을 중단하고 장시간 노동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
정부가 69시간까지 근무를 허용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IT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주52시간 제도가 시행중인 현재도 과도한 야근이 일상인데, 근무허용시간을 늘리게 되면 ‘크런치모드’의 일상화로 과로 및 업무과중이 심해진다는 우려다. 반면 신작 가뭄에 시달리는 일부 게임업체에서는 근로제 유연화를 반기고 있다. 신작 출시를 앞두거나 이용자 민원에 적극 대응해야하는 비상 상황임에도 인력운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권고안에 따라 근로 시간이 주 단위가 아닌 연·분기 단위로 변경될 가능성에 대해 IT업계 개발자 A씨는 업무강도가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며 업종전환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52시간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도 일부 업체에서는 편법을 동원해 법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근무 강도가 센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용되는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안그래도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과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장시간 노동을 몰아서 하는 것이 별 무리가 없다는 시각”이라며 “69시간이 시행되면 11시간 쉬고 매일 13시간 노동을 하는 셈인데 이 같은 노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분명 몸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52시간 상한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을 줄여가던 흐름을 중단시키고, 또 다시 대한민국을 ‘초(超)과로 사회’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므로 절대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인 근무 환경이 변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현재 IT업계 일부 기업 중에서는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 특성상 주4일을 강점으로 내세워 인재를 영입했지만, 근무제가 변경돼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인력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IT업계에 재직하고 있는 B씨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4일제를 보고 입사한 직원도 있을 정도로 IT업계에서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점이었지만, 이게 사라진다면 IT업계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당장 주4일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주69시간 제도를 적용해 특정 기간에 근로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근무 환경에 따라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휴식권을 보장 받지 못해 과로사나 과로로 인한 2차 질병이 만연한 상태이고, 본질적으로 자율적인 휴식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노사간의 관계가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는 비대칭인데 어떻게 현실적으로 동등하게 합의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제 52시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근무시간 연장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노조 지회장은 “이미 선택적 근무제도라고 하는 비슷한 법적 내용이 존재하고 있는데 왜 이런 권고안이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출퇴근 기록이 가능한 업종의 포괄임금제 폐지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정수천 기자